배우 정우성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과거를 회상하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묵묵히 걸어온 길에 대해 돌아봤다.
정우성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내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때는 학교를 자퇴하고 나왔을 때다”라고 말했다.
그는 “진짜 막연하지 않나. 아무것도 없는데. 가난하고 단칸방 집에 가긴 싫고 막연한 희망, 막연해서 오는 외로움 그런 것들이 있었다”며 “막연한 희망을 거치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 세상에 어떤 사람으로 자리를 할까. 그렇게 뚜벅뚜벅 걸었던 거 같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영화배우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정우성은 “10대 때 ‘토요명화’를 보면 좋더라. 영화배우가 된다는 꿈을 가진 건 아니다. 중학교 가서 홍콩영화를 보고 영화가 좋고 영화배우가 멋있다, 해보고 싶다 생각했지만 그걸 되려고 노력은 안 했다”고 회상했다.
“상고에 가서 은행원이 돼야겠다 생각했죠. (학교가) 맞지 않아서 튀어나왔고 엄마가 믿어줘서 고마웠고요. 당시 모델이란 직업이 뜨던 시절이었는데 키가 크니까 모델이란 걸 했어요.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무모하기도 했고 어설픈 자신감도 있었죠. 아니, 자신감은 아니고 ‘가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냥 낙천주의였어요. 작은 거에도 행복해했고 감사해했으니까. 그러다 기회가 와서 영화배우도 되고 저는 운이 좋은 놈이에요.”
정우성은 불쑥 찾아온 행운에 대해 당연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고 했다.
“그 안(촬영장)에 굉장히 많은 청춘들이 있었고 나랑 비슷한 청춘들 같은데 나는 주연배우라고 대접을 받는 거 같고…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았어요. 그러면서 영화 현장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나 관찰하며 영화를 알게 됐죠. 후배들에게 딱히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해 말을 하진 않아요. 각자 인생이 얼마나 다른 고달픔이 있고 시련이 있겠어요.”
특히 그는 과거에 ‘누구처럼 될래요’ ‘누가 되고 싶어요’ 같은 질문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고 불편했었다고 전했다.
“대답하기 어려웠어요. 저는 누구처럼 될 수 없으니까요. 어떤 내가 돼야 할지를 생각하기도 바쁜데 누구처럼 어떻게 돼요. (다른 후배들 역시) 자기를 찾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자기 자신을 완성하는 과정인 거죠.”
한편 정우성이 출연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당초 12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개봉을 연기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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