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17일 만에, 국내 두 번째 퇴원… 베이징 거쳐 열차로 우한 돌아갈 듯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6일 퇴원했다. 확진 후 17일 만이다. 에이즈 치료에 쓰는 항바이러스제를 투약받은 후 상태가 호전된 중국인 여성 A(35)씨는 이날 퇴원 결정 후 병원을 떠났다. 그는 5일 국내 의료진에 감사의 편지를 남겼다.
6일 인천시의료원에 따르면 이날 중앙임상위원회 동의를 받아 격리 치료를 받아온 A씨의 격리 해제를 결정했다. 김진용 인천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이날 “증상이 호전되고 모든 체액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격리 해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 24시간 간격으로 2번 시행한 실시간 유전자증폭(PCG)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경우 의료진 판단 아래 퇴원할 수 있다.
김 과장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사태 때 어느 정도 효과를 보여준 항HIV(에이즈 원인 바이러스)치료제 등 항바이러스제와 항생제를 투여했다”며 “이번에 ‘칼레트라’라는 20년 된 안전한 항HIV치료제를 썼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확진자인 한국인 남성 B(55)씨도 칼레트라를 투약 받고 호전돼 5일 퇴원했다.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시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달 19일 일본 여행을 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하다 발열 등 의심 증상이 발견돼 인천시의료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입원한지 4일이 지나 호흡 곤란으로 산소를 공급 받는 등 상태가 나빠졌으나 9일째부터 열이 떨어지는 등 조금씩 호전됐다. 이달 2일부터는 산소 공급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경과가 좋아졌다.
그는 폐쇄된 우한공항 대신 베이징으로 귀국해 집으로 갈 계획이다. 그는 의료진에게 “우한 상태가 너무 안 좋다”라며 “혼자 잘 치료를 받고 있어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5일에는 의료진에게 감사 편지도 건넸다. 그는 번역기를 이용해 영어로 “재앙 속에서 고통 받고 있을 때 당신들이 나에게 해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편지를 썼다”라며 “생명을 구해줘 고맙다”고 썼다.
이어 “중국에는 병을 고쳐주는 사람에게는 어진 마음이 있다는 뜻의 ‘의자인심(醫者仁心)’이라는 말이 있는데 당신들은 그 이상이었다”며 “당신 모두는 나에게 영웅이고 이 경험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적었다.
A씨는 “당신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남은 인생동안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신들의 선진화된 의료 기술과 전문적인 태도가 없었더라면 나와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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