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린치 등 ‘살갗 아래’
아침에 눈을 떠 활동하고 다시 잠들기까지, 하루 왼종일 ‘몸’을 움직여 우리는 살아가지만 정작 이를 가능케 하는 몸의 역할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 몸의 각 부분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 할 일을 해내고야 마는 덕에 우리는 오늘도 무사히 눈뜨고 걷고 마시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사실 모든 순간이 기적이다. 동시에 우리 몸은 모든 감정이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기쁨에 눈물이 흐르고, 사랑에 심장이 뛰고, 감동의 전율로 소름이 돋고, 상실감에 심장이 옥죄듯 아파오고.
‘살갗 아래’는 바로 이 신체기관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봄으로써 인간 존재를 생각해보는 책이다. 영국 BBC 라디오3에서 방송된 ‘몸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영국에서 주목 받는 15명의 작가들이 눈 코 입에다 콩팥 맹장 갑상선 등 몸 속 기관을 하나씩 맡아 짧은 글을 썼다. 각자의 기억과 경험에 각종 분야 지식을 더해 가장 독창적이면서도 문학적인 ‘몸 에세이’가 탄생했다.
살갗 아래
토머스 린치 외 지음ㆍ김소정 옮김
아날로그 발행ㆍ256쪽ㆍ1만4,000원
부모님이 HIV에 감염돼 사망한 잠비아 출신의 시인 카요 칭고니이에게 ‘피’란 “몸 속에 흐르는 붉디붉은 수치심”이다. 천식발작을 일으킨 경험이 있는 시인 달지트 나그라에게 ‘폐’란 “일상의 고됨을 내뱉고 아름다움을 다시 채우는 일”이며, 시인이자 화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인 임티아즈 다르커에게 ‘간’은 “감정이 머물고 흩어지고 다시 태어나는 곳”이다. T.S엘리엇상 최종 후보에 오른 시인이자 프로이트의 증손녀이기도 한 애니 프로이트에게 ‘콩팥’은 “내밀한 윤리와 감정적 충동이 자리하는 양심의 상징”이다. 책을 덮고, 내 몸을 다시 본다. 문학은 멀리 있지 않았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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