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의 합의는 신뢰를 확인하고 기대를 맞춰가는 과정이었다. 상대 입장은 이해하되, 선을 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역대 최장의 ‘노조 출근저지 투쟁’에 막혀 임명 27일만인 지난달 29일 뒤늦은 취임식을 가진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6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앞서 윤 행장은 노조와 △희망퇴직 문제 조기 해결 △정규직 전환직원 정원통합 추진 △직무급제 도입 등 노조 동의 없는 임금체계 개편 금지 △임원 선임절차 투명성과 공정성 개선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질병 관련 휴직 확대 등 6가지 내용이 담긴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를 두고 은행 안팎에서는 ‘윤 행장이 노조에 백기투항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계열사인 IBK저축은행 노조원들이 임금단체협상을 이유로 본점 앞 피켓 시위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윤 행장은 “노조와의 (대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면서도 “직원 삶의 질 향상과 은행 발전을 위한 고민을 내놓은 것이고, 앞으로도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노조의 숙원 사업이자 뜨거운 감자였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방침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생각을 많이 한 이슈”라고 입을 뗐다. 그는 “직원들의 이해와 여론을 경영 측면에서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고, 직원 상당수가 조합원인만큼 크게 무리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행장이 약속한 게 아니라 (노사가) 같이 약속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도 도입과 도입 이후 운영 과정에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성과가 날 것이란 의미다. “(노조추천이사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면 제도가 (금융권에) 잘 번질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혁신금융’과 ‘바른경영’에 나설 것도 다짐했다. 기업 성장단계에 따른 고객들의 다양한 금융수요를 충족하고,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등 신사업 지원 금융기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베테랑 직원 6~7명으로 구성된 혁신 태스크포스(TF) 조직도 꾸릴 방침이다.
바른경영을 위해서는 은행장 직속 ‘바른경영실’을 만들어 준법ㆍ윤리ㆍ포용경영을 체계화하고, ‘현장소통팀’도 만들어 직원 및 영업점과의 소통도 이어갈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금융권에서 논란이 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이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논란에선 한 발 비껴나 있지만 신뢰는 한번 깨지면 회복이 어려운 만큼 준법경영, 바른경영을 통해 시스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게 윤 행장의 생각이다.
그간 출근 저지 사태로 지연된 임직원 인사는 이달 중 마무리한다. 윤 행장은 △실력과 성과에 기반한 인사 △공정하고 포용적인 인사 △반칙에는 철저한 불이익을 주는 인사를 원칙으로 세웠다. 그는 “청탁을 하는 직원에 대해선 반드시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피해기업 현황을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해 전국 631개 영업점에 금융애로 상담창구를 설치했다. 은행신종 코로나 탓에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금리를 감면하고 일시적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특별 금융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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