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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 ‘기사회생’의 역설… 실패한 투쟁 덕에 조직보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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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 ‘기사회생’의 역설… 실패한 투쟁 덕에 조직보존 가능했다

입력
2020.02.0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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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다음날인 14일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실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유치원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다음날인 14일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실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사립유치원 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개원 연기 투쟁에 대해 법원이 “절차상 위법하고, 공익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유총은 지난달 31일 “서울시교육청의 한유총 해산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행정 소송에서 승소해 와해 위기는 면했지만, 법원에서 그 투쟁 방식으로 위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에 따르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이 이른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에 반대하며 집단 개원 연기를 강행하자 “공익 침해 상태를 제거하고 정당한 법질서를 회복하겠다”며 한유총의 법인 설립을 취소했다. 한유총은 해산 명령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번에 한유총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6일 이 사건 법원 판결문을 분석해 봤더니,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성용)는 한유총이 주도한 개원 연기 투쟁 자체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개원 연기 투쟁에 참여한 유치원의 휴업 결정 과정을 따졌다. 유아교육법상 사립유치원 원장은 개원을 연기하고 휴업을 하고자 할 경우 학년도 시작 이전, 즉 3월 이전에 내부 운영위원회의 자문 또는 학부모의 요구를 반영하여 미리 정해야 한다. 재판부는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들은 비상재해 등 급박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학부모들의 의사에 반함이 분명해 보이는 개원연기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유총이 개별 유치원에게 투쟁에 참여하라고 강요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더라도, 결과적으로 유치원 239곳이 개학 연기 투쟁에 참여했기 때문에 한유총이 위법한 집단행동을 부추긴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한유총이 개원 연기 투쟁을 선포하고 이를 개별 유치원에 전달한 것으로 인해, 투쟁에 참여한 유치원 소속 원생들의 교육받을 권리 및 학부모들의 자녀교육권이 현실적으로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개원 연기 결정 및 그 전달 행위는 직접적ㆍ구체적인 공익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재판부가 개원 연기의 불법성과 공익침해 요소를 인정했으면서도 한유총의 손을 들어준 것은, 개원 투쟁의 양상을 볼 때 긴급하게 해산을 요청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개원 연기 투쟁에 참여한 사립유치원이 전체의 6.2%(239곳)에 불과했고, 이들 중 재판부는 92%(221곳)가 혼란을 줄이기 위해 자체 돌봄 프로그램을 진행한 사실, 그리고 개원 연기 기간이 하루에 불과했던 점에 비추어 “한유총의 해산이 긴급하게 요청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역설적이게도, 성공하지 못했던 투쟁 덕분에 한유총은 와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셈이다.

한편, 재판부는 시교육청이 한유총에 유치원 입학정보시스템 ‘처음학교로’ 참여를 강권한 것은 “시교육청의 월권행위”라고 판단했다. 유아교육법 제11조 제2항에 따라 유아모집과 선발에 관한 권한은 전적으로 유치원에 있기 때문이다. 한유총이 특별회비를 모금해 투쟁에 사용한 것도 “비영리 사단법인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제도나 법령을 유리하게 개선하는 활동을 하는 것은 조직의 존재 의의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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