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Why] 3년만의 반전…‘아쿠아맨2’ 메라역 하차 청원 19만 돌파
‘학대 피해자는 허드 아닌 전 남편 조니 뎁’ 정황 담긴 녹취 공개 파장
할리우드 영화 팬들이 미국 배우 앰버 허드에게 잔뜩 뿔이 났습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아쿠아맨(국내 관객 약 503만명)’에서 매력적인 히로인 메라 역으로 큰 인기를 얻었죠? ‘아쿠아맨보다 더 주인공 같다’는 호평을 받으며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던 그인데요. 세계적인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는 지난해 허드를 영화 속편에서 퇴출시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 했던 이 청원에 며칠 만에 갑자기 10만 명 이상이 몰리면서 6일 참여 인원이 19만 여명을 돌파했는데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3년 전 허드는 가정폭력 ‘피해자’였다
허드(당시 28세)는 2015년 초 자신보다 23살 연상인 미국 배우 조니 뎁(당시 51세)과 사랑에 빠져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 생활은 가정폭력으로 얼룩졌고, 약 2년 만인 2017년 결국 이혼하고 맙니다. 당시 허드는 뎁이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가정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지만, 뎁은 거짓말이라며 펄쩍 뛰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도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죠. 뎁의 전 부인과 지인들도 하나같이 “그는 절대로 여자를 때리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허드가 수 년간 뎁을 조종해온 것을 봤다”,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다정하고 점잖은 사람이다”라며 뎁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허드가 멍이 든 얼굴로 초췌하게 법정에 서있는 사진, 뎁에게 폭행을 당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지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이 공개되면서 당시 여론은 허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뎁이 허드에게 700만 달러(당시 약 76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두 사람은 이혼에 합의합니다. 허드는 ‘돈을 위한 이혼이 아니다’라며 위자료를 자선단체에 전액 기부하고 가정폭력 희생자들을 위한 캠페인과 인권 운동 등에 참여하며 박수를 받았어요. 반면 뎁은 이 사건으로 그의 대표작이었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도 하차하는 등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됩니다.
◇반전, 뒤바뀐 피해자와 가해자
이들의 싸움이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지난달 31일과 5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이 단독 입수한 허드와 뎁의 녹취 음성을 두 차례에 걸쳐 공개하면서 여론이 확 바뀐 것입니다. 여기에는 허드가 먼저 뎁을 수시로 폭행하고 욕설 등 폭언을 일삼은 정황이 담겨있습니다. 녹음을 듣다 보면 허드가 직접 이 모든 사실들을 인정하기도 하죠.
허드를 믿었던 팬들은 큰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듯해요. 이 녹취에서 허드는 뎁을 물리적으로 폭행하고 냄비ㆍ꽃병 등을 던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내가 육체적인 싸움을 시작한 건 맞다”, “당신을 때려서 미안하지만 내 손이 어떻게 움직인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또한 뎁이 “당신이 날 때렸다”고 말하자 허드가 “당신 얼굴을 제대로 못 때려서 안타까운데 나는 그냥 당신을 친 거지 때린 게 아니다. 자기, 당신은 맞은 게 아니라니까?”라고 세뇌하듯 말하거나, 뎁이 “계속 육체적인 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리자 허드가 “다시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할 순 없다, 나는 너무 화나면 가끔 이성을 잃는다”며 욕설을 한 사실도 드러났죠. 특히 해외에서는 허드의 말과 행동이 전형적인 가정폭력에서의 ‘가스라이팅(정서적 학대)’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심지어 추가로 공개된 녹음파일에서는 허드가 뎁에게 “남성인 당신이 가정폭력의 피해자라고 사람들에게 말해봤자 몇 명이나 믿겠느냐”며 “당신이 나보다 크고 힘도 센데 배심원과 판사는 나와 당신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하는데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선언한 허드가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을 폭력에 이용했다는 것에 팬들은 더더욱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메라를 원한다”
‘아쿠아맨2’에서 허드를 퇴출하라는 청원은 이때부터 추진력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청원인은 “남성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학대 받은 이들의 고통을 무시하거나 학대범인 허드를 미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아쿠아맨2’에 허드가 출연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조니뎁을 위한 정의(#justiceforjohnnydepp)’라는 문구로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들은 “허드의 학대와 미투 운동의 악용은 충격적이며 어떤 회사나 영화도 그녀를 써서는 안 된다”(ma****), “허드는 뎁의 경력과 명성을 망치는 수단으로 학대 받은 이들을 위한 운동을 부당하게 이용했다”(xj****) 등의 반응을 보이며 청원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청원이 계속된다면 상황이 바뀔까요? 청원이 이뤄지고 있는 체인지닷오알지는 ‘당신은 무엇을 바꿀 것인가’라는 표어 아래, 글을 올리면 대중이 지지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사회적 기업 웹 사이트입니다. 강제성은 없지만 이 사이트의 청원을 통해 폐 이식이 필요한 어린이가 수술을 받게 됐고, 애플 제품을 조립하는 중국 폭스콘의 노동 착취 문제가 해결되는 등 실제 변화를 가져오면서 영향력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워너브라더스는 ‘아쿠아맨2’를 2022년 12월16일 개봉할 것이라고 이미 공식 발표한 상태인데요. 호평을 받았던 1편의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할 예정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터라 많이 난처해졌을 듯 하네요. 과연 우리는 속편에서 어떤 메라를 보게 될까요?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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