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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할리우드 팬들…왜 앰버 허드의 퇴출을 외치는가

입력
2020.02.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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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콜콜Why] 3년만의 반전…‘아쿠아맨2’ 메라역 하차 청원 19만 돌파 

 ‘학대 피해자는 허드 아닌 전 남편 조니 뎁’ 정황 담긴 녹취 공개 파장 

영화 ‘아쿠아맨’에서 ‘메라’역을 맡은 앰버 허드(왼쪽). AP연합뉴스
영화 ‘아쿠아맨’에서 ‘메라’역을 맡은 앰버 허드(왼쪽). AP연합뉴스

“‘아쿠아맨2’에서 앰버 허드를 퇴출하라”

할리우드 영화 팬들이 미국 배우 앰버 허드에게 잔뜩 뿔이 났습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아쿠아맨(국내 관객 약 503만명)’에서 매력적인 히로인 메라 역으로 큰 인기를 얻었죠? ‘아쿠아맨보다 더 주인공 같다’는 호평을 받으며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던 그인데요. 세계적인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는 지난해 허드를 영화 속편에서 퇴출시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 했던 이 청원에 며칠 만에 갑자기 10만 명 이상이 몰리면서 6일 참여 인원이 19만 여명을 돌파했는데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3년 전 허드는 가정폭력 ‘피해자’였다 

허드(당시 28세)는 2015년 초 자신보다 23살 연상인 미국 배우 조니 뎁(당시 51세)과 사랑에 빠져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 생활은 가정폭력으로 얼룩졌고, 약 2년 만인 2017년 결국 이혼하고 맙니다. 당시 허드는 뎁이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가정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지만, 뎁은 거짓말이라며 펄쩍 뛰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도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죠. 뎁의 전 부인과 지인들도 하나같이 “그는 절대로 여자를 때리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허드가 수 년간 뎁을 조종해온 것을 봤다”,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다정하고 점잖은 사람이다”라며 뎁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허드가 멍이 든 얼굴로 초췌하게 법정에 서있는 사진, 뎁에게 폭행을 당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지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이 공개되면서 당시 여론은 허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뎁이 허드에게 700만 달러(당시 약 76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두 사람은 이혼에 합의합니다. 허드는 ‘돈을 위한 이혼이 아니다’라며 위자료를 자선단체에 전액 기부하고 가정폭력 희생자들을 위한 캠페인과 인권 운동 등에 참여하며 박수를 받았어요. 반면 뎁은 이 사건으로 그의 대표작이었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도 하차하는 등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됩니다.

부부였던 미국 배우 조니 뎁(오른쪽)과 앰버 허드. AP연합뉴스
부부였던 미국 배우 조니 뎁(오른쪽)과 앰버 허드. AP연합뉴스

 ◇반전, 뒤바뀐 피해자와 가해자 

이들의 싸움이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지난달 31일과 5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이 단독 입수한 허드와 뎁의 녹취 음성을 두 차례에 걸쳐 공개하면서 여론이 확 바뀐 것입니다. 여기에는 허드가 먼저 뎁을 수시로 폭행하고 욕설 등 폭언을 일삼은 정황이 담겨있습니다. 녹음을 듣다 보면 허드가 직접 이 모든 사실들을 인정하기도 하죠.

허드를 믿었던 팬들은 큰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듯해요. 이 녹취에서 허드는 뎁을 물리적으로 폭행하고 냄비ㆍ꽃병 등을 던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내가 육체적인 싸움을 시작한 건 맞다”, “당신을 때려서 미안하지만 내 손이 어떻게 움직인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또한 뎁이 “당신이 날 때렸다”고 말하자 허드가 “당신 얼굴을 제대로 못 때려서 안타까운데 나는 그냥 당신을 친 거지 때린 게 아니다. 자기, 당신은 맞은 게 아니라니까?”라고 세뇌하듯 말하거나, 뎁이 “계속 육체적인 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리자 허드가 “다시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할 순 없다, 나는 너무 화나면 가끔 이성을 잃는다”며 욕설을 한 사실도 드러났죠. 특히 해외에서는 허드의 말과 행동이 전형적인 가정폭력에서의 ‘가스라이팅(정서적 학대)’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심지어 추가로 공개된 녹음파일에서는 허드가 뎁에게 “남성인 당신이 가정폭력의 피해자라고 사람들에게 말해봤자 몇 명이나 믿겠느냐”며 “당신이 나보다 크고 힘도 센데 배심원과 판사는 나와 당신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하는데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선언한 허드가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을 폭력에 이용했다는 것에 팬들은 더더욱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영화 ‘아쿠아맨2’에서 앰버 허드를 퇴출하라는 내용의 온라인 청원.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 웹사이트 캡처
영화 ‘아쿠아맨2’에서 앰버 허드를 퇴출하라는 내용의 온라인 청원.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 웹사이트 캡처

 ◇“우리는 다른 메라를 원한다” 

‘아쿠아맨2’에서 허드를 퇴출하라는 청원은 이때부터 추진력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청원인은 “남성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학대 받은 이들의 고통을 무시하거나 학대범인 허드를 미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아쿠아맨2’에 허드가 출연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조니뎁을 위한 정의(#justiceforjohnnydepp)’라는 문구로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들은 “허드의 학대와 미투 운동의 악용은 충격적이며 어떤 회사나 영화도 그녀를 써서는 안 된다”(ma****), “허드는 뎁의 경력과 명성을 망치는 수단으로 학대 받은 이들을 위한 운동을 부당하게 이용했다”(xj****) 등의 반응을 보이며 청원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청원이 계속된다면 상황이 바뀔까요? 청원이 이뤄지고 있는 체인지닷오알지는 ‘당신은 무엇을 바꿀 것인가’라는 표어 아래, 글을 올리면 대중이 지지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사회적 기업 웹 사이트입니다. 강제성은 없지만 이 사이트의 청원을 통해 폐 이식이 필요한 어린이가 수술을 받게 됐고, 애플 제품을 조립하는 중국 폭스콘의 노동 착취 문제가 해결되는 등 실제 변화를 가져오면서 영향력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워너브라더스는 ‘아쿠아맨2’를 2022년 12월16일 개봉할 것이라고 이미 공식 발표한 상태인데요. 호평을 받았던 1편의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할 예정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터라 많이 난처해졌을 듯 하네요. 과연 우리는 속편에서 어떤 메라를 보게 될까요?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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