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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 “8년 뒤 석탄 석유 기반 문명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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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 “8년 뒤 석탄 석유 기반 문명 끝난다”

입력
2020.02.06 15:36
수정
2020.02.06 19:3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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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 민음사 제공
제러미 리프킨. 민음사 제공

“화석연료를 태워 환경을 망친 인류가 지구 생명체를 멸종 위기로 몰아 넣을지 모른다.”

한반도 면적의 85%에 이르는 땅을 잿더미로 만든 호주 산불 같은 실제 사례에서 보듯, 지구 멸망이라는 무시무시한 예언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가벼이 여긴다. 지구 멸망은 너무 와 닿지 않는 표현이라 그런 걸까.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지구 멸망까진 아니어도 8년 뒤인 2028년쯤이면 화석연료 문명이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석탄을 때 만든 전기로 휴대폰은 충전하고, 휘발유 넣은 차를 타고 다니며, 가스보일러로 난방을 하는 우리의 일상이 8년 후 끝난다는 얘기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 이후 6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리프킨은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도 올랐고 앞으로 0.5도 더 올라 한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엄청난 기후 이변으로 지구의 생태계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훼손될 것’이라는, 유엔 산하 과학위원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경고로 글을 시작한다. 더워진 바다 때문에 더 많은 태풍이 불어온 지난해 우리나라 사정을 떠올리면 괜한 엄포가 아니다.

‘그린 뉴딜’은 1930년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원한 뉴딜 정책처럼 지구적 비상사태에 대비할 대책을 뜻한다. 방점은 친환경(탈탄소) 녹색 성장에 찍힌다. 전기 생산은 100% 청정 재생 가능 자원에 맡기고, 에너지ㆍ교통 등 한 국가의 인프라를 여기에 맞춰 고치며, 친환경기술 개발에 연구비를 집중 투자하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석유와 석탄을 펑펑 써온 미국의 기성 세대가 앞장서야 할 일인데, 유럽이나 중국에 비해서도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꼬집는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가스화력발전소를 만드는 미국을 비판한다.

글로벌 그린 뉴딜

제러미 리프킨 지음ㆍ안진환 옮김

민음사 발행ㆍ328쪽ㆍ1만8,000원

화석연료 문명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용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녹색 에너지 기반 산업이 화석연료 기반 산업과의 결전에서 승리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승부가 갈린 뒤 화석연료 기반 산업에 관련된 자산은 ‘좌초자산’으로 남게 된다. 리프킨은 미국의 좌초자산을 100조달러로 추산했다.

녹색산업 성장세는 에너지와 전기 소모가 가장 많다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애플은 세계 곳곳의 데이터 센터가 재생에너지로 가동된다고 밝혔고, 구글은 그보다 1년 전에 이미 그런 내용을 발표했다. 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세계 모든 나라가 전기차 비중을 늘리려 하고 있다.

그린 뉴딜의 성공엔 인프라 구축이 관건이다. 여기에 동원될 자본으로 리프킨은 2017년 기준 41조달러 규모에 이르는 연기금을 지목한다. 화석연료 산업 관련 보조금은 폐지하고 부유한 이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고, 국방 예산을 줄이면 예산상 여력도 동원 가능하다.

리프킨은 책 끝부분에 그린 뉴딜을 위한 23가지 안건을 덧붙였다. 탄소세 인상, 화석연료 보조금 삭감,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에 대한 인센티브 및 세액 공제, 전기차 세액 공제 및 내연기관차 세금 인상 등이다. 리프킨은 스마트 산업과 녹색 산업이 결합한 것을, 이미 4차산업혁명을 부르짖어온 우리가 당황스럽게도, ‘3차산업혁명’이라 부른다. 이 혁명 인프라 구축엔 20년이면 된다. 여러모로 여건과 상황이 다르지만 세계적 흐름에 뒤쳐져 있는 우리나라도 참고해볼 만하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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