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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흔적 지우기’ 나선 조원태, 송현동 부지ㆍ왕산마리나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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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흔적 지우기’ 나선 조원태, 송현동 부지ㆍ왕산마리나 매각

입력
2020.02.06 12:29
수정
2020.02.06 19: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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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분쟁하고 있는 조현아(왼쪽)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분쟁하고 있는 조현아(왼쪽)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진행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복귀를 원천 차단에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이 주력으로 하던 호텔 사업 주요지인 서울 송현동 유휴부지, 과거 소유했던 왕산레저개발 부지·건물을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6일 이사회를 열고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유휴자산인 송현동 부지와 비주력사업인 왕산마리나 매각을 본격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은 우선 인천시 중구 을왕동 소재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을 각각 추진한다. 왕산레저개발은 2016년 준공된 해양레저시설인 용유왕산마리나의 운영사로 대한항공이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왕산레저개발은 조 전 부사장이 2011년부터 2014년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권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조 전 부사장은 경영복귀를 노리던 2018년 4월 왕산레저개발 등기이사로 등재된 바 있다.

대한항공이 6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매각을 결정한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 전경.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6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매각을 결정한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 전경. 대한항공 제공

왕산마리나는 왕산레저개발이 1,350억원, 인천시가 167억원 등 총 1,550억원이 투자해 조성한 해양레포츠 시설이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는 요트경기장으로도 이용됐다. 2017년 6월에는 요트 및 레저보트 300척을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시설로 재탄생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누적 적자액만 70억원이 넘는다. 대한항공은 연내 왕산레저개발 매각 완료를 목표로 주간사 선정 및 매각공고 등 관련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왕산레저개발 연간 영업손실. 금융감독원 제공
왕산레저개발 연간 영업손실. 금융감독원 제공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토지(3만6,642㎡)와 건물(605㎡)도 매각한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2월 안정성 및 수익성 향상을 달성하기 위한 ‘비전2023’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약속한 바 있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2008년 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였던 부지를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매입한 곳이다. 당초 대한항공은 이 부지에 지상4층, 지하4층의 7성급 한옥형 고급호텔이 포함된 문화복합단지 건립계획을 세웠다. 국내 최초로 들어서게 될 7성급 호텔은 건축면적 1만8,075㎡, 연면적 13만7,440㎡ 규모에 156개의 객실을 갖출 예정이었지만, 인근에 풍문여고를 비롯해 서너개의 학교가 인접해 있는 탓에 서울중부교육청 승인을 받지 못해 사업이 표류했다.

대한항공이 6일 이사회를 통해 매각을 결정한 서울 송현동 문화융합센터 부지.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6일 이사회를 통해 매각을 결정한 서울 송현동 문화융합센터 부지. 대한항공 제공

당시 호텔사업을 총괄하던 조 전 부사장은 송현동 문화복합단지 사업에 애착이 컸다. 2015년 한진그룹이 숙박시설을 제외한 문화융합센터를 건축하기로 결정할 당시에도 조 전 부사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송현동 문화융합센터는 미국 LA LIVE, 중국 상하이 신천지, 일본 록폰기 힐스 등 세계적 문화시설과 같이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 등 다양한 시설을 한 공간에 밀집해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며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5년 가량 지난 지금까지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조현아-KCGI-반도건설 ‘연합군’도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송현동 부지 매각을 강조해왔다.

한진그룹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이사회의 결정은 조 전 부사장이 주력하던 호텔, 레저 사업의 근간을 매각함으로써 경영 복귀 길을 차단한 것”이라며 “항공운송사업 집중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사업 영역 축소로 인한 경영리스크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조 회장은 이날 이사회 현장에 참석하지 않고, 자택과 회의실 장소를 화상으로 연결한 컨퍼런스콜(화상회의) 형태로 회의를 주재했다. 최근 중국 우한 한국교민 수송기에 탑승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대비해 ‘자가격리’를 택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 정한 규정에 따르면 조 회장은 격리대상이 아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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