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ㆍ15 총선에서 서울 종로가 아닌 다른 수도권 험지에 출마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황 대표의 출마지를 결정할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내부 기류가 “더불어민주당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급격히 기울면서다.
한국당 공관위는 5일 황 대표의 총선 출마지를 놓고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두 시간 반에 걸친 회의 뒤 브리핑에서 “종로 공천 전략에 대한 전체 토론을 마무리했다”며 “공관위원들과 일 대 일로 심층적인 의견을 교환한 뒤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황 대표가 아닌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전희경 의원, 홍정욱 전 의원 등이 종로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논의가) 거기까지 나가지 않았다”고만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황 대표 종로 출마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위원은 “선거전략상 황 대표와 우리 당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보내야 한다”며 부정적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가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종로 승부에 발이 묶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다른 위원들은 “황 대표에게 종로보다 더 한 험지는 없다” “지금은 전략보단 상식의 반란이 필요한 때”라며 종로 출마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관위는 7일 예정된 회의에서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사실상 서울의 용산, 마포, 양천 등 다른 지역구에 출마하는 쪽으로 기운 듯하다.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는 한 마디로 ‘황교안 일병 구하기’였다”고 비유하면서 “황 대표를 어떻게 하면 (총선에서) 살릴 수 있을지 묘안을 찾는 자리나 다름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의견이 갈리면 다수결로 정해야지, 각자 의견을 들어보고 위원장이 결정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황 대표 본인도 이날 “‘이리 와라’ 하면 이리 가는 건 합당하지 않다”며 종로 출마에 부정적인 듯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제가 어디에 출마할 것인가는 제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다. 우리 당 전체의 전략 차원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황 대표와 김 위원장이 종로가 아닌 다른 지역 출마로 이미 교감을 나눈 것 같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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