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포맷의 육아예능 홍수 속 키즈 예능의 새로운 방향성을 엿볼 만한 예능이 등장했다. tvN ‘나의 첫 사회생활’의 이야기다.
지난 달 14일 첫 방송을 시작한 ‘나의 첫 사회생활’은 아이들의 일상을 살펴보며 우리들의 지난 사회생활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친구들과 생애 첫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모인 10명의 개성 만점 어린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로 최연소 인생러들의 ‘살아보고서’를 담겠다는 취지다.
당초 이수근, 소이현, 홍진경 등의 MC 합류 소식과 함께 론칭 소식을 전한 ‘나의 첫 사회생활’에 대한 대중의 첫 반응은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키즈예능에 대한 피로감 토로가 대다수였다. 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필두로 최근 국내 예능 시장에 홍수처럼 쏟아졌던 육아예능들과의 차별점에 대한 의문 탓이었다.
이에 대해 첫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 당시 연출을 맡은 이길수 PD는 “‘나의 첫 사회생활’은 육아 예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PD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기존 육아예능들에서 주로 보여줬던 아이들의 귀여운 면을 넘어서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생각과 행동, 이유, 아이들이 첫 사회생활에서 겪는 감정들을 위주로 프로그램에 담아보려 했다”며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 프로그램 또한 아니다. 그저 아이를 지켜보고, 그것을 통해 아이를 잘 이해하게 됨으로써 지금 우리들의 모습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예능”이라고 육아 예능으로 대표되는 기존 키즈 예능들과의 차별점을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4회까지 방송된 ‘나의 첫 사회생활’은 단순히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들이 강조된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주가 되는 기존 키즈 예능과는 확연히 달랐다.
먼저, 아이들을 통솔하는 선생님을 제외하곤 촬영팀이나 출연진의 개입 없이 8명(현재는 총 10명)의 아이들의 리얼한 모습만을 담았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개입이 없기에 다소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있을지언정, 덕분에 어른들은 미처 몰랐던 ‘내 아이의 첫 사회생활’ 속 다양한 아이들의 성격 유형들을 디테일하게 포착해 낼 수 있었다.
또한 ‘나의 첫 사회생활’은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VCR을 통해 단순히 그들의 표면적 행동 만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매 회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가 전하는 행동 분석과 아이에서 어른을 아우르는 ‘사회생활 팁’ 등은 단순히 재미를 위한 ‘킬링 타임용 키즈 예능’을 넘어 성인 시청층도 유익하게 즐길 수 있는 키즈 예능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수근, 소이현, 홍진경이 MC로 나섰지만 이들의 역할이 스튜디오 내에서 VCR를 보고 어른들의 시각을 덧붙이는 ‘관찰자’의 입장에 한정돼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이들은 굳이 스타와 그 자녀들이 함께 보내는 일상들을 일방적으로 관찰하지 않아도, 또 스타들이 직접 어린 아이들을 케어하며 고군분투 하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진 예능을 소비하지 않아도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어른들의 공감대를 찾는’ MC의 역할 등으로도 신선한 재미를 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 외에도 ‘나의 첫 사회생활’은 유명인의 자녀, 비주얼이 돋보이거나 스타성 있는 아이들이 포진한 라인업 등이 키즈예능 성패를 가르는 주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시사했다.
실제로 현재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아이들은 모두 비연예인 부모를 둔 평범한 가정의 자녀들로 구성 됐으며, 아이들의 끼나 매력에 집중한 연출 역시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오히려 ‘순도 100%’ 아이들이 그려내는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더욱 큰 울림을 전한다. 5살 지석이가 6, 7살 형, 누나들과의 벽을 조금씩 무너트리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은 진짜 사회 초년생의 성장기를 보는 것 같은 응원을 하게 만들고, 7살 맏형 하람이의 모습에서는 어른들도 ‘아차’ 싶게 만드는 유연함과 책임감을 배우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첫 사회생활’은 현재 총 8부작 중 4회를 방송하며 반환점을 돌았다. 프로그램을 연출 중인 이 PD는 6일 본지에 “현재까지의 방송에 만족하고 있다”며 “아이들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우리들의 모습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자 했는데, 시청자 분들도 그러한 지점에서 의미 있게 프로그램을 바라봐 주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어떤 콘텐츠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면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밝힌 이 PD는 “‘나의 첫 사회생활’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모습들 가운데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면밀히 담으려 노력한 프로그램이다. 향후 이 외에도 아이들의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담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조금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는 뜻을 덧붙이며 키즈 예능의 다양성에 대한 바람을 밝혔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