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눈치보느라 미온적 대처”
사태 축소 의심 ‘동남아 포비아’
미얀마 등은 검사 장비도 없어
“0명이라니 도무지 믿을 수 없다.”
5일 기준 인도네시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없다. 의심 환자 38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태국 25명, 싱가포르 24명, 말레이시아 12명, 베트남 10명 등 이미 확진자가 다수 나온 이웃나라 사정과는 정반대다. 중국계 인구가 800만명이 넘고, 중국인 노동자가 도처에서 일할 만큼 중국과 왕래가 잦은데도 신종 코로나 ‘청정지역’ 지위를 누리는 셈이다.
의료 및 방역 체계가 뒤떨어지고, 출입국 관리가 허술해서 잡아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증한 최고의 실험실에서 검사한 결과”라고 인도네시아 보건부 장관이 국회에서 해명했을 정도다. 급기야 ‘어디서 확진 환자가 나왔더라’는 가짜 뉴스가 사람들의 의심을 먹고 자란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우려는 16번 환자(태국 여행), 17번과 19번 환자(싱가포르 회의 참석) 등 중국이 아닌 이들 국가 방문객 중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국내에 잇따르면서 커지고 있다. 이들 국가의 의료 및 방역 체계에 대한 저조한 신뢰, 무역 및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의 이해 관계 등이 맞물리면서 불신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일부 서방 언론은 동남아 국가 정부들이 중국 눈치를 보느라, 자체 의료 역량이 부족해 신종 코로나 사태를 축소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뉴욕타임스는 △첫 사망자가 나온 뒤에야 중국발 외국인 입국을 잠정 금지한 필리핀 △세계에서 확진 환자가 3번째로 많은데도 ‘과도한 우려를 자제하라’ 당부한 태국 △‘마스크 착용이 근거 없는 공포를 조장한다’고 총리가 밝힌 캄보디아 △바이러스 진단 검사 장비조차 없는 미얀마 사례를 들었다.
물론 동남아 각국도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나름의 대처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날 0시를 기해 중국을 오가는 직항 운항을 중단했고, 공항 항구 국경 등 135개 입국장에서 예방 조치를 하고 있다. 중국인 소유 광산지역 노동자 4만3,000명에 대한 검역도 진행하고 있다. 태국은 중국 관광객 2만5,000명을 응대한 관광 안내원들을 검사할 예정이다. 라오스는 중국에 인접한 국경도로를, 미얀마는 다중이용시설을 폐쇄했다.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은 중국 후베이성 입국자에 대한 도착비자 발급을 중단하거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싱가포르를 다녀온 뒤 국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발생한 이날 싱가포르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아무래도 중국과의 왕래가 잦고 중국계 인구(싱가포르 인구의 74%)가 많아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많지만 검역용 발열 검사기를 최초로 개발하는 등 싱가포르도 의료 및 방역 체계가 떨어지는 나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 중 확진 환자 10명 이상은 4개국, 1, 2명은 3개국(필리핀ㆍ캄보디아ㆍ미얀마), 0명은 3개국(인도네시아ㆍ브루나이ㆍ라오스)이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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