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5일 국회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한국당과 ‘한몸’이라는 걸 증명하듯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미래한국당 대표로 추대된 한선교(4선) 의원은 창당대회 직전 한국당에서 탈당했다. 사무총장에 내정된 조훈현(초선) 의원은 비례대표여서 당적 정리가 복잡한 탓에 한국당 당적을 유지한 채 창당대회에 참석했다. 한 대표는 “총선 공약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노려 비례대표 의석만 차지하겠다는 속내를 굳이 숨기지도 않은 것이다. ‘기이한 창당’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지난 4일 황교안 대표를 정당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형법 137조)로 검찰에 고발했다. 황 대표가 한 의원을 비롯한 4ㆍ15 총선 불출마 의원들에게 미래한국당으로 이적을 권유한 것이 강제 입당을 금지한 정당법 42조 위반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등은 또 한국당이 미래한국당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해 ‘꼼수’를 쓴 것이 ‘위계에 위한 공무집행 방해’라고 문제 삼았다.
그러나 민주당ㆍ정의당의 고발 카드는 미래한국당의 가는 길을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목에 칼을 들이대고’ 미래한국당행을 위협한 게 아닌 이상, ‘강제 입당’으로 보기 힘들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단순 제안을 ‘강요’로 확대 해석하면, 정당들이 일반인에게 입당 원서를 돌리는 행위도 불법이 될 여지가 생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5일 “강제 입당과 관련해 2003년 입당 원서를 임의로 작성해 형법상 사문서 위조로 처벌받은 사례를 제외하면 정당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전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의원 꿔주기’가 초유의 일도 아니다. 1997년 대선에서 DJP(김대중ㆍ김종필) 연합으로 새천년민주당과 공동정권을 창출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17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에 실패했다. 이에 배기선, 송영진, 송석찬, 장재식 등 민주당 의원 4명이 자민련으로 옮아 갔다. 당시 누구도 정당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았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 역시 적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검사 출신으로 한국당 법률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인 정점식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위계라는 건 ‘선관위를 속였다’는 의미인데, 우리는 공개적으로 미래한국당 창당을 선언하고 준비했기 때문에 위계라는 것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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