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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백세정원 “산책로 걸으며 치매 예방하고 수명도 늘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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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백세정원 “산책로 걸으며 치매 예방하고 수명도 늘려요”

입력
2020.02.06 04:30
수정
2020.02.07 18:3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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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금천구 청담종합사회복지관 내 마련된 ‘100세 정원’에서 김희중(오른쪽에서 두 번째)씨와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고독감을 느끼기 쉬운 노년층의 사회적 교류를 위해 100세 정원 곳곳에 휴게 공간이 마련돼있다. 배우한 기자
4일 서울 금천구 청담종합사회복지관 내 마련된 ‘100세 정원’에서 김희중(오른쪽에서 두 번째)씨와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고독감을 느끼기 쉬운 노년층의 사회적 교류를 위해 100세 정원 곳곳에 휴게 공간이 마련돼있다. 배우한 기자

“여기를 매일 걸으면 그만큼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 수 있대요. 내가 여기서 나이가 제일 많은 것 같은데….”

은발의 김희중(86)씨가 신체 균형 강화를 위한 운동기구 앞에서 멈춰섰다. 좌중을 둘러보더니 갑자기 팔굽혀펴기를 선보인다. 처음에는 1번도 힘들었는데 이제 10번도 거뜬하다. “나도 한 번 해볼게요.” 백발이 성성한 또 다른 어르신이 나섰다. “어이구” 소리와 함께 이내 물러선다.

4일 오후 서울 금천구 청담종합사회복지관 내 ‘100세 정원’. 복지관을 에두른 산책길 240m를 따라 걸으면서 인지건강 향상은 물론 치매 예방까지 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곳이다. 서울시가 이른바 ‘인지건강디자인’을 적용해 국내 최초로 만든 치매 예방 ‘치유정원’이다.

이날도 복지관 내 노인대학과 무료급식소를 찾은 어르신 여럿이 100세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복지관을 끼고 있는 시흥2ㆍ5동은 노인 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치매 고위험군 노인 비율이 13%다. 이곳을 찾는 노인만 하루 평균 240명이며 김씨도 그 중 하나다. “나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와요. 의사 선생님이 절대로 집에 혼자 있지 말래. 우울증이나 치매가 빨리 온다나.” 느린 걸음으로 10분 거리에 홀로 사는 김씨는 날씨가 좋으면 해질녘까지 복지관에서 노닥거리는 게 일상이 됐다. 잠시 걸터앉을 데도 없던 복지관 안에 100세 정원이 생기면서다. 이 동네 노인들에게는 담장도, 문턱도 없는 내 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공동 정원인 셈이다.

100세 정원 산책로는 과거 주차장이던 복지관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전체 240m를 10m마다 노인들에게 친숙한 24절기로 나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꾸민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입춘 구간에는 향이 강한 미스김라일락과 생강나무를 심고, 입동 구간에는 팔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기구를 둔다. 산책로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자연스레 균형잡힌 신체 활동을 하게 되고, 오감 자극으로 인해 인지건강이 좋아지게 된다. 5년 전 큰 수술을 한 김씨는 “저녁마다 뒷골이 당겼는데 100세 정원을 산책하고 나서는 그런 일이 없다”며 “꽃을 보면서 기쁜 마음을 갖고, 걷다가 허리가 아파 어디 앉으면 옆에 노인네랑 같이 얘기도 하고 이런 곳이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대 메디컬스쿨 연구를 적용하면 이 산책로를 하루 5바퀴(1.2㎞) 돌면 건강수명이 15분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시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으로 2014년부터 매년 1곳에 인지건강디자인을 적용해왔다. 2015년 영등포구 신길동 한 임대아파트에 만든 ‘기억키움마을’은 유엔 해비타트(도시개발 관련 유엔 기구)와 싱가포르에서도 배워갈 정도다. 헷갈리기 쉬운 아파트 출입구 등에 눈에 띄는 색깔을 칠하고, 커다란 이정표를 다는 식이다. 시는 SH공사와 손잡고 지난해 노후 공공임대아파트 20개 단지에 이어 올해는 40개 단지에 인지건강디자인을 도입한다.

시 디자인정책과 김희정 주무관은 “인지건강디자인은 집 안에 틀어박힌 어르신을 밖으로 나오게 이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며 “익숙한 생활반경 내에 마음건강을 회복하고, 사회적 교류도 할 물리적 여건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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