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수 위축으로 수출도 빨간불… 유니클로 납품사 “물량 축소 통보받아”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A업체 사장은 5일 현지 지방정부로부터 쑤저우 출신의 직원들로만 재가동이 가능하단 통보에 애가 탔다. 당초 현장 직원용 마스크만 보유하면 10일부터 재가동이 가능하단 지침에 따라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지방정부로부터 통보 받은 방침을 감안하면 전체 40여명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이 비(非) 쑤저우 출신인 A사의 공장 재가동은 불가능하다. 중국에서 생산된 부품으로 한국에서 완성품을 제조, 수출하는 A사에겐 치명적인 상황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발생 직후부터 부품 국산화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 건 마찬가지다. A업체 사장은 “부품을 제조하는 형틀을 제작한다고 하더라도, 높은 인건비 탓에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같은 중국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다른 한국업체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로 붕괴된 소재산업 사슬 여파가 국내 산업계로 번지고 있다. 당장 산업계 전반에 걸쳐 중국산 부품 수급 부족에 따른 생산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자동차 업계에선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산 부품 수급 문제로 본격 생산 중단에 들어간 5일에도 휴업 결정을 이어간 업체가 추가됐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8일부터 이틀간 광주·전남 곡성·경기 평택공장 등을 휴업할 방침이고 르노삼성차도 다음주 11일께부터 공장 가동 중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차량 부품이 150여종(12억달러 규모)인 점을 고려할 때 향후 휴업은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사태 장기화는 결국 중국 내수시장 둔화로 연결되면서 한국 수출 감소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한국 전체 수출의 25.1%(1,362억 달러)인 최대 수출 상대국이다.
의류업계에선 이미 중국 내 소비 위축으로 수출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유니클로에 주문자상표생산(OEM) 방식으로 1,700여억 상당의 의류를 납품한 국내 B섬유업체는 최근 여름 제품 의류 제작 중단을 통보 받았다. 유니클로 본사가 중국 내 매장 10%이상이 휴업에 들어가면서 소비 위축을 우려해 생산물량 축소를 요구한 탓이다.
피해 최소화에 나선 국내 업체들은 ‘플랜B’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 시장 확보에 나서는 한편 국산화 방안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기존 협력사와 함께 중국산 부품의 국내 생산을 위해 인력 확보에 나섰다. 아울러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공장에서도 필요한 부품 조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에 액정화면(LCD) 공장을 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경우엔 현지 조달 자재의 공급이 원할하지 못할 것을 대비해 국내ㆍ외에서 부품 대체선 확보에 나섰고, 스마트폰 중심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국내와 베트남 협력사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소재산업은 중국 의존도가 2003년의 2배인 25%를 넘어서면서 결국 산업 초유의 위기를 맞게 됐다”며 “일본이 동일본 대지진과 태국 홍수를 겪으며 공급선 다변화에 노력한 것처럼 이젠 국내 업체들도 리스크를 항시 고려해 대체원을 둬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르면 7일 국내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긴급 간담회를 갖고 중국산 부품 수급 차질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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