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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다녀온 17ㆍ19번 환자, 10일 이상 거리 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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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다녀온 17ㆍ19번 환자, 10일 이상 거리 활보

입력
2020.02.05 18:43
수정
2020.02.05 22:5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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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7번 확진자가 다녀 간 경기도 구리시의 삼성서울가정의원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구리=연합뉴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7번 확진자가 다녀 간 경기도 구리시의 삼성서울가정의원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구리=연합뉴스

‘외국인 지인 확진’ 회사 통보 없었다면, 확진 판정 더 늦었을 듯

5일 국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7번 환자(38)와 19번 환자(36)는 세미나 참석차 싱가포르에 방문했다가 말레이시아인인 지인과 접촉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귀국 이후 1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도심 곳곳을 활보했다. 그 기간 국내 방역은 뻥 뚫린 셈이다. 무엇보다 해외에서 접촉한 지인의 확진 사실이 소속 회사를 통해 알려지지 않았다면 이들에 대한 확진도 더욱 늦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17번 환자는 귀국 후 병원을 세 차례 연거푸 찾았음에도 걸러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날 질병관리본부(질본) 등에 따르면 17번ㆍ19번 환자는 지난달 18~24일 일정으로 업무관련 세미나 참석 등을 위해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이들 확진환자는 싱가포르에서 추후 바이러스 확진자가 된 말레이시아인 A(41)씨와 함께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본국으로 돌아간 뒤 지난 3일 확진 판정됐다.

경기 구리시에 거주하는 17번 환자는 귀국 직후인 지난달 24일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으로 이동해 음식점(북창동순두부)에서 식사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환자는 이날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오후 대구(동대구역)로 이동, 택시를 이용해 수성구 부모 댁을 찾았다. 이튿날에도 환자는 가족 차를 타고 북구 처가를 방문하고, 택시로 동대구역으로 이동한 뒤 밤 늦게 SRT를 타고 서울로 돌아갔다. 환자는 대구에서 가족과 해군 군무원 등 지인을 만나 식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17번 환자가 발열ㆍ인후통 등 증상을 느끼기 시작한 건 지난달 26일 저녁이다. 환자는 바로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의료진은 환자가 싱가포르만 방문했다는 이유로 폐렴 검사만 진행하고 ‘단순 발열’로 판단, 그에게 해열제 처방을 해준 뒤 돌려보냈다. 일차적으로 거를 수 있던 상황을 놓치면서 일본ㆍ태국을 각각 방문한 12번(48세 중국인)ㆍ16번(42세 한국인) 환자 사례에 이어 중국 중심 방역망의 허술함이 재확인 된 셈이다.

한번 무너진 방역망은 메워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17번 환자는 다음날 오후에도 택시로 이동해 구리 삼성서울가정의원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병원은 감기약만 처방했다. 환자는 구리종로약국에서 약을 산 후 택시로 귀가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도보로 구리시 수택동 토스트 가게(이삭토스트)와 프리마트를 방문했다.

그는 고열과 기침으로 상당히 고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이후에는 밖을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였다. 지난 3일에도 환자는 다시 구리시 서울아산내과를 방문했지만 또 감기 처방만 받은 채 약국(수약국)과 음식점(본죽)을 잇따라 찾았다. 이후에도 서울 광나루역과 이마트24를 방문한 뒤 95번 버스로 귀가했다. 회사로부터 말레이시아 지인 A씨의 확진 소식을 들은 시점은 이날 늦은 오후로 추정된다. 그는 4일 택시로 이동, 한양대 구리병원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지인의 확진 사실을 알렸고, 자가격리 돼 있다가 5일 오전 양성판정이 내려졌다.

19번 환자도 10일 넘게 국내를 활보하다 말레이시아인 A씨의 확진 통보를 받고 관할 보건소로 연락, 4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날 17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자 19번 환자 역시 검사를 실시했고, 양성으로 확인돼 서울의료원에 격리됐다.

17ㆍ19번 환자 사례는 앞서 일본ㆍ태국을 각각 방문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과 함께 국내 방역 허점이 여실하다는 방증이다. 이 두 환자가 접촉한 말레이시아인 A씨는 지난달 16일 싱가포르에 방문해서 중국인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싱가포르나 다른 국적의 환자를 접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외 다른 지역에서 지역사회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A씨의 확진 사실을 몰랐다면 17번ㆍ19번 환자의 확진이 더욱 늦어졌을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점도 커다란 구멍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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