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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공소장 비공개, 상위법령 취지에도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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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공소장 비공개, 상위법령 취지에도 위배

입력
2020.02.05 16:45
수정
2020.02.05 19:3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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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조치에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이 근거로 든 규정은 ‘법무부령’인데, 그보다 위계가 높은 법률이 포괄적인 정보공개를 보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부가 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구 거부 명목으로 든 규정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만들어진 이 규정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 국무회의를 통과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됐다.

이 규정 제11조는 ‘기소 후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피고인 △죄명 △기소일시 △기소방식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다만 △공소사실 △수사경위 및 방법 △범행경과 등은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추 장관은 이를 토대로 5일 출근길에 “법무부령으로 규정을 만들어 놓고, 법무부가 이를 스스로 지키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추 장관의 이런 해명이 부령(部令)보다 우선하는 법률의 취지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국회 증언ㆍ감정법은 ‘국가기관이 국회에서 서류 등 제출을 요구 받았을 때 직무상 기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군사ㆍ외교ㆍ대북 관계 국가기밀로 국가안위에 중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명백함을 장관이 소명해야만 비공개가 가능하다. 이번 공소장 공개와 관련, 추 장관은 국회에 이 예외 조항을 이유로 비공개 필요성을 소명하지 않았다. 국회가 만든 법률은 장관이 만든 부령보다 상위법령이기 때문에, 두 가지가 충돌할 경우 법률을 따라야 한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법률보다 우선하는 ‘헌법적 권리’로 항변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소장 공개시 피고인들은 헌법상 보장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다”며 “이는 피의사실 공표, 명예훼손 및 사생활침해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회에 제출하라는 의무는 법에 명시된 것이고, 이를 공개할지 말지는 국회의원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의원들이 공소장을 공개하는 게 문제라 생각하면 법 개정을 통해 막아야지 무턱대고 공소장 원본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헌법상 권리를 들이댄 것은 ‘공인 중의 공인’인 청와대 관계자의 범죄혐의를 다루는 이번 사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한 변호사는 “이 사건 자체가 사생활이 아닌 공적 업무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범죄”라며 “국가의 법의지를 수호해야 하는 법무장관이 권력형 범죄사건 관계자의 인권과 사생활 보호를 부르짖으며 헌법을 언급하는 건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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