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조치에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이 근거로 든 규정은 ‘법무부령’인데, 그보다 위계가 높은 법률이 포괄적인 정보공개를 보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부가 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구 거부 명목으로 든 규정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만들어진 이 규정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 국무회의를 통과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됐다.
이 규정 제11조는 ‘기소 후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피고인 △죄명 △기소일시 △기소방식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다만 △공소사실 △수사경위 및 방법 △범행경과 등은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추 장관은 이를 토대로 5일 출근길에 “법무부령으로 규정을 만들어 놓고, 법무부가 이를 스스로 지키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추 장관의 이런 해명이 부령(部令)보다 우선하는 법률의 취지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국회 증언ㆍ감정법은 ‘국가기관이 국회에서 서류 등 제출을 요구 받았을 때 직무상 기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군사ㆍ외교ㆍ대북 관계 국가기밀로 국가안위에 중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명백함을 장관이 소명해야만 비공개가 가능하다. 이번 공소장 공개와 관련, 추 장관은 국회에 이 예외 조항을 이유로 비공개 필요성을 소명하지 않았다. 국회가 만든 법률은 장관이 만든 부령보다 상위법령이기 때문에, 두 가지가 충돌할 경우 법률을 따라야 한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법률보다 우선하는 ‘헌법적 권리’로 항변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소장 공개시 피고인들은 헌법상 보장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다”며 “이는 피의사실 공표, 명예훼손 및 사생활침해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회에 제출하라는 의무는 법에 명시된 것이고, 이를 공개할지 말지는 국회의원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의원들이 공소장을 공개하는 게 문제라 생각하면 법 개정을 통해 막아야지 무턱대고 공소장 원본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헌법상 권리를 들이댄 것은 ‘공인 중의 공인’인 청와대 관계자의 범죄혐의를 다루는 이번 사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한 변호사는 “이 사건 자체가 사생활이 아닌 공적 업무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범죄”라며 “국가의 법의지를 수호해야 하는 법무장관이 권력형 범죄사건 관계자의 인권과 사생활 보호를 부르짖으며 헌법을 언급하는 건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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