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지난 2일 출국한 류현진(토론토)은 최근 수시로 투구폼 동영상을 찍어 누군가에게 열심히 보내고 있다. 새 시즌 새 파트너로 맞이한 김병곤 토론토 트레이닝 코치다. 비자 발급을 기다리며 아직 국내에 머물고 있는 김 코치는 잠시 떨어져 있는 사이에도 ‘원격’으로 코칭 중이다.
김 코치는 LG로 복귀한 김용일 코치를 대신해 류현진의 ‘새 파트너’로 낙점됐다. 김 코치와 류현진은 지난달 10일부터 24일까지 일본 오키나와 동계훈련을 소화한 뒤 국내 한 호텔에서 개인 훈련을 이어가며 호흡을 맞췄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두기 전 국내에서도 ‘괴물’로 통했지만 ‘게으른 천재’라는 이미지가 컸다. 5일 서울 모처에서 만난 김 코치는 “기존 운동 방식에 일부 추가적인 내용을 제의했는데 곧바로 자연스럽게 시도하는 걸 보고 놀랐다”면서 “(류)현진이와 처음 만난 2013년엔 나조차도 선입견이 있었지만 이번에 보니 운동 능력이 좋을 뿐 아니라 생각하는 선수로 업그레이드 됐더라”고 평가했다.
김 코치에게도 토론토행은 도전이자 모험이다. 지난해 말 토론토 구단은 김 코치에게 류현진과 같은 4년 계약을 제안했다. 김 코치는 “하던 일이 많아 정중하게 고사하고 다른 사람을 추천해주겠다고 했는데 다시 연락이 와서 일단 1년만 해 보자고 해 고심 끝에 수락했다”고 밝혔다. 류현진이 고용한 김용일 코치와 달리 김 코치는 토론토 구단에서 채용했다. 2000년대 초반 보스턴에서 일한 이창호 트레이너에 이어 한국인으로 두 번째 빅리그 정식 트레이너다. 김 코치는 “현진이가 주가 되겠지만 다른 선수들도 봐야 하고 팀 미팅에도 참여해야 하는 등 할 일이 꽤 많을 것 같다. 공식 직함은 스트렝스 컨디셔닝 팀 소속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LG 트레이너를 지낸 김 코치는 선수들 사이에서 ‘재활의 신’으로 통한다. 2002년 고관절 희귀병으로 선수 생활은 고사하고 일상 생활도 불투명하다고 했던 병원 진단을 비웃고 김재현을 다시 부활시켰다. 십자인대가 파열된 이병규, 세 차례 팔꿈치 수술을 한 이동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이형종까지 모두 김 코치의 손을 거쳤다. 퇴사 후 개업한 재활 트레이닝 센터에서도 강철민 정재복 박명환의 현역 복귀를 만들어냈다.
실력을 인정받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야구 대표팀 등에서 트레이닝 코치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체대에서 스포츠의학 박사학위를 따 대학에도 출강 중이었다.
며칠 후면 류현진을 따라 미국으로 떠나는 김 코치는 “현진이나 나나 책임감이 크고 부담도 있지만 일단 부상만 조심하자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아마 현진이보다는 내가 배울 게 더 많을 것 같다”고 웃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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