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해 파문이 일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5일 “여러 차례 숙의를 거쳐서 더 이상 이런 잘못된 관행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앞으로도 공소장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공소장도 공개됐다는 점에서 유독 청와대 선거 개입 건에 대해 새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게 석연치 않아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 불리한 것을 감추려는 정치적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올 만하다.
법무부는 비공개 결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사건 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 피의자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물론 피고인의 인권과 절차적 권리를 충실히 보호하자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통상 법무부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공소장 전문을 국회에 제출해 온 관례에 비추어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국가 기관이 직무상 비밀이 아니면 공개하게 돼 있는 ‘국회 증언ㆍ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 비공개 결정의 효과가 시한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정식 재판이 시작되면 공소 사실이 낱낱이 공개될 수밖에 없는데, 재판이 시작되려면 2~3개월 걸리니 우선 4ㆍ15 총선은 넘기고 보자는 계산이 섰음 직하다. 언론에서 파악한 공소장 내용을 보면 법무부가 비공개 결정을 한 배경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청와대는 경찰에 첩보를 전달한 뒤 수사 상황을 21차례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경찰에 엄정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울산지검에도 경찰 수사를 도우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법무부가 공소장 공개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전에 의견 수렴 등 합리적인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 국회의 공개 요청에 6일이나 “결재 진행 중”이라며 시간을 끌다 내놓은 비공개 방침을 누가 납득하겠는가. 청와대와 법무부는 더 당당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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