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가 지은 지 80년이 넘은 농협 양곡창고를 보수해 청년의 꿈을 실현할 창업과 문화교류 공간으로 새롭게 만들어 전국적으로 관심을 끈 ‘청춘창고’가 운영 3년 만에 존폐 위기에 놓였다. 청춘창고 출신 청년 창업비율이 기대에 못 미친 데다 빈 점포가 발생하면서 효용 가치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순천시에 따르면 2017년 2월 국비와 시비 등 9억여원을 들여 순천농협 조곡지점 양곡창고를 임대해 청춘창고 문을 열었다. 청춘창고는 994㎡ 규모의 공간에 식당과 공방 등 22개의 점포와 공연장, 창업 상담을 하는 오픈 스튜디오 등을 갖췄다.
개장 초기 코레일 자유여행 패스인 ‘내일로’를 이용해 순천을 여행하는 젊은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특히 지역 청년들에게 2년 동안 차별화한 음식과 독특한 디자인 등 자신만의 아이템으로 성장 기회를 부여하는 창업보육 공간으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창업보육 성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기가 급감하면서 점포 22개 가운데 4곳이 문을 닫았고 청춘창고 졸업 후 재창업 비율은 20%에 불과해 투자비 대비 효율성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점포 운영자의 경영 의지나 운영개선 노력이 부족한데다 자치단체 지원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임차기간 종료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으나 순천농협이 매각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운영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청춘창고 소유주인 순천농협으로부터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계속 운영해야 하지만 농협 측이 대체부지를 마련해야 매각할 수 있다는 방침이어서 매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순천시 관계자는 “창업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청년사업가 역량을 높여 활성화하거나 농협 측이 매각하지 않으면 청춘창고 1단계를 마감하고 새로운 방향의 2단계를 준비하겠다”며 “이후에는 기능 강화 또는 운영 종료 여부에 대한 타당성 용역을 통해 다양한 대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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