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요 전통시장 대대적 방역 개시
한파로 소독액 얼어붙고 배터리 ‘광탈’
올겨울 최강 한파가 닥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방역 작업에 일시적으로 차질이 빚어졌다.
서울시가 중구 남대문시장 등 시내 주요 전통시장에 대해 대대적인 방역작업을 실시한 5일 오전 일부 소독장비의 소독액이 얼어붙고 배터리가 방전되면서 작업이 지연됐다. 방역 관계자들은 시장 상인들이 사용하는 전기난로의 열기로 소독액을 녹이거나 장비를 흔들어 노즐 사이의 얼음을 깨는 등 임기응변을 발휘해야 했다. 특히, 소독액을 보다 고운 입자로 분사하는 신형 제품의 경우 노즐이 더 잘 언다.
이 같은 차질은 방역 작업이 계절의 영향이 적은 실내에서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보니 한파가 몰아친 실외 작업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원용남 한국방역협회 서울지회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실외 작업의 경우 살충 작업 위주이고 소독은 특수한 경우에만 해 왔다”며 “오늘 현장에 투입된 인원들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한파가 이미 예고돼 있었고, 불과 나흘 전 우한 교민들이 수용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정문 방역 기기가 추위로 인해 작동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서울시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소독기가 작동하지 않은 2시간가량 소독 작업 없이 외부 차량이 시설 부지를 드나든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전통시장에 손님이 끊기는 등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방역을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발생한 일”이라며 “추위에 대비하는 등 상세한 현장 업무는 방역협회에 일임해서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 대한 방역 작업이 앞으로 수 주 동안 진행되는 데다 한파가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된 만큼 추위 속 방역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원 지회장은 “소독 장비를 준비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각 시장 상인회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소독액을 곱게 분사하는 제품이 성능은 좋지만 추위 속에서는 쓰기 어렵다고 판명된 만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