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털기ㆍ가짜뉴스까지…자진신고 위축될까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들이 무차별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감염 의심 증상이 있는데도 일상생활을 이어가 지역사회 감염을 촉발했다는 눈총이다. 당사자에 대한 ‘신상털기’에 이어 허위사실 유포까지 극성을 부려 또 다른 의심환자들의 자진신고를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3번째 확진자 A(54)씨는 6일 남짓 98명과 접촉하며 2ㆍ3차 감염자를 발생시켜 ‘슈퍼전파자’ 우려를 낳았다. 지난달 6번째 확진자가 A씨와 식사를 한 후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에는 “증상이 있으면서도 사람이 많은 곳만 골라 다녔다” “이기적 행동으로 민폐를 끼쳤다”는 등의 질타가 쏟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4일 A씨의 처벌을 요구하는 의견도 나왔다. “A씨의 신상을 공개하고 벌금을 물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또 다른 청원글에는 “사실상 살인죄에 해당한다”며 “평생 사회로부터 격리돼 살게 해야 한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확진자의 개인정보를 담은 문서가 유포되는 등 신상털기 문제도 일고 있다. 유출된 정보를 토대로 가짜뉴스가 확산하면서 국민의 공포감이 극에 달하는 모양새다. 4일 광주의 한 맘카페에는 16번째 확진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발생 보고 공문이 유출됐다. 익명 처리 됐으나 환자의 성씨, 나이, 성별, 거주 지역 등과 가족의 인적사항까지 상세히 기재된 공문이었다. 이와 관련 확진자의 가짜 직장과 이동경로 등 가짜 정보가 확산하자 경찰은 5일 수사에 나섰다.
6번째 확진자의 딸이자 태안의 한 어린이집 교사인 B씨는 맘카페에서 “교사가 책임감이 없다”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B씨는 지난달 31일 바이러스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정부 방역 대책에 대한 불신이나 불충분한 정보 전달이 이 같은 현상을 촉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한 폐렴에 대한 정보가 불확실해 불안감을 촉진하면서 국민이 확진 여부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스에 비해 치사율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등 일부 정보만 부각된다”면서 “정확한 정보를 민첩하게 알려 과도한 불안과 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평소 질병 대응 수칙을 익혀 사고 발생시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책은 어떤 감염병에도 적용되는 당연한 이야기인데, 평소엔 공유되지 않다가 사태가 발생하면 마치 새로운 정보인 것처럼 확산된다”며 “평상시 질병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통해 국민 차원의 훈련이 이뤄지면 새로운 질병을 대하는 국민의 의식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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