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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문닫을 판”… 여행업계 ‘코로나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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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문닫을 판”… 여행업계 ‘코로나 패닉’

입력
2020.02.05 18:34
수정
2020.02.05 19:0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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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상품 줄줄이 취소 이어 동남아ㆍ유럽여행까지 불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난 지난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중국행 동방항공 체크인 카운터가 한산하다. 뉴스1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난 지난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중국행 동방항공 체크인 카운터가 한산하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연일 악화되면서 관광업계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1, 2월은 겨울방학이나 졸업 등과 맞물려 여행 수요가 가장 몰리는 성수기이지만 올해는 정반대다.

신종 코로나 확산 불안감으로 중국 여행객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고, 태국과 싱가포르를 다녀온 이들도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으며 동남아 여행 상품도 취소 신청이 쏟아진다. 여행업계는 신종 코로나 사태 장기화 시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근처의 한 여행사는 손님 한 명 없이 텅 비어 있었다. 대신 사무실 곳곳에 놓인 전화기들이 터질 듯이 울려댔다. 직원들은 쉬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한 직원은 “원래 이 시기엔 여행상품을 소개하고 관광코스를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어야 하는데 지금은 여행 취소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동남아 관광객 두 명이 역시 마스크를 쓴 수문장과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훈 기자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동남아 관광객 두 명이 역시 마스크를 쓴 수문장과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훈 기자

중국 여행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이 여행사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여행사를 통해 중국 관광비자를 신청한 사람은 115명인데, 이 중 100명이 비자를 취소했다. 중국 여행상품은 4, 5개월 뒤 출발하는 상품까지 죄다 취소되고 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앞으로 몇 개월간 고객이 아예 없는 셈이다. 현지 한국인 가이드도 덩달아 타격을 입고 있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보통 2월에 1년 중 가장 많은 평균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이번 달엔 예약 취소가 쏟아져 매출이 8,000만원 정도로 쪼그라들 걸로 예상한다”며 “이번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불안 요소”라고 말했다.

여행업계의 더 큰 걱정은 여행 취소가 중국 한 곳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태국과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온 한국인들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동남아 여행상품까지 된서리를 맞았다. 동남아가 전문인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하루에만 태국 여행 상품 예약자의 50%가 취소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캄보디아 단체관광객이 취소를 했는데 이번 사태 때문에 취소한 거라 수수료도 받지 못해 손해가 크다”고 했다.

유럽 여행상품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유럽여행 전문인 한 여행사 관계자는 “오늘도 고객들이 4, 5월에 예정된 유럽 여행을 취소하겠다고 전화를 했다”며 “아무리 유럽은 신종 코로나 위험이 크지 않다고 해도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게시판 등에서도 “당분간 해외여행은 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직장인 김유정(35)씨는 “원래 3월에 가족들과 러시아 여행을 가려고 지난해 9월 여행상품을 예약했다”며 “러시아는 나름 청정지역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취소했다”고 말했다.

여행사들은 해외여행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나라로 목적지를 돌리기 위해 안간힘이다. 청정지역으로 여행객이 이동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은 한 가닥 희망이다. 한 여행사 대표는 “사이판과 괌 등은 여행 수요가 아직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업계에서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영세업체들이 무더기 도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영세업체 대표는 “2003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는 중국 여행이 막히자 동남아를 대체 여행지로 물색했는데, 이번엔 그런 방법도 통하지 않아 더 힘들다”며 “국내로 오는 중국인 관광객도 전혀 받지 못해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직원들에게 무급휴가 신청을 받기도 했다. 업계에선 “대형사마저 이런 데 영세업체는 오죽하겠느냐”는 반응도 잇따른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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