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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ㆍ모임ㆍ약속 줄취소 ‘인적 뜸한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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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ㆍ모임ㆍ약속 줄취소 ‘인적 뜸한 광주’

입력
2020.02.05 17:43
수정
2020.02.05 19: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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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틀 확진자 발생에 침울… “방문객 면회 금지”에 대학병원조차 한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4일과 5일 연달아 두 명이나 발생한 광주는 잔뜩 움츠린 모습이었다. 예상치 못한 확진환자 발생에 시민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하면서도 불안한 기색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오전 광주 송정역에 도착해 시청을 거쳐 21세기병원 등으로 이동하는 곳곳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모녀 지간인 16번(42), 18번(20) 확진자가 격리된 전남대병원과 인근 조선대병원은 시민들이 거의 없이 한산했다.

5일 오전 11시35분쯤 광주광역시 운남동 21세기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18번째 확진자(왼쪽)와 119구급요원이 구급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광주=김민호 기자
5일 오전 11시35분쯤 광주광역시 운남동 21세기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18번째 확진자(왼쪽)와 119구급요원이 구급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광주=김민호 기자

광주 광산구 운남동 21세기병원에 도착하니 취재진 수십 명이 몰려있었다. 이곳은 16번 환자가 딸인 18번 환자와 2인실에 함께 입원해 폐렴 치료를 받은 곳이다. 어머니 16번 환자는 상태가 악화돼 지난 3일 전남대병원으로 전원, 이튿날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고, 18번 환자는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아 전남대병원으로 이송을 앞두고 있었다. 모든 출입구가 폐쇄된 병원에는 경찰의 접근금지선이 설치돼 있어 내부를 볼 수 없었다. 18번 환자를 이송하기 위한 119구급차가 병원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보건당국은 21세기병원 의료진과 입원했던 환자들을 확진환자와의 접촉 정도에 따라 격리조치 수준을 차별화했다. 이날 병원에 있던 121명 중 확진환자가 입원했던 3층 병실 담당 의료진과 입원 환자들은 다른 층으로 옮겨 군의관과 간호장교 등의 격리 치료와 검사를 받게 됐다. 5~6층에 입원했던 저위험군 환자 31명에 대해서는 인근의 광주소방학교 생활관으로 옮겨져 14일간 격리된다. 확진환자와 접촉을 하지 않았거나 이상증상을 보이지 않은 의료진과 환자 등은 자가격리나 능동감시자로 분류된다.

잠시 후 병원을 떠나기로 결정된 환자의 보호자들이 병원으로 모여들었다. 한모(55)씨는 “오전 7시쯤 어머니로부터 퇴원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어머니는 폐렴 증상이 없어 자가격리 대상인 것 같은데 아직 보건소 등으로부터 격리 지침 등 연락을 받지는 못해 어찌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오전 11시35분쯤 방역복을 입은 119구급대원이 병원 측면 문을 열고 18번 환자를 밖으로 안내했다. 마스크를 쓰고 휠체어에 앉은 환자는 스스로 바퀴를 밀며 병원 입구에서 5m쯤 떨어진 구급차로 이동했다. 환자가 탑승한 이후 환자의 것으로 보이는 가방과 옷가지, 비닐봉투에 담긴 기타 소지품을 다른 119구급대원이 옮긴 뒤 구급차가 출발했다.

5일 전남대병원 구강안면외과로 통하는 문이 굳게 폐쇄돼 있다. 광주=김민호 기자
5일 전남대병원 구강안면외과로 통하는 문이 굳게 폐쇄돼 있다. 광주=김민호 기자

18번 환자를 따라 도착한 전남대병원 주변은 무척 한산했다. 병원은 본관과 권역별 응급센터 두 곳의 입구를 제외한 모든 출입구를 폐쇄했다. 본관 입구 외부에는 ‘발열이 있는 환자의 경우 병원 내부로 들어오지 말고 안내데스크로 먼저 연락하라’는 안내문이 붙었고 내부에는 발열감시카메라가 설치됐다.

이곳에서 만난 환자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병원 로비에서 만난 암환자 안모(55)씨는 “평소 숨쉬기가 힘든데 병원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권해 구매해서 쓰고 왔다”며 “21세기병원 옆에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병원이 있는데 확진환자가 나왔다니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병원 로비에서는 “어제 16번 환자와 같은 시간에 병원에 있었다”며 불안해 하는 환자 보호자를 한 의사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았다면 괜찮다”며 달래는 모습도 보였다.

5일 조선대병원 본관 입구에서 직원들이 발열감시카메라를 작동시키고 있다. 광주=김민호 기자
5일 조선대병원 본관 입구에서 직원들이 발열감시카메라를 작동시키고 있다. 광주=김민호 기자

확진환자가 발생하면서 또다른 대형병원인 조선대병원은 출입통제를 대폭 강화했다. 병원 측은 이날부터 병동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 직원들을 배치해 방문객 면회를 막았다. 주스, 과일바구니 등 병문안선물을 들고 왔다가 입구에서 환자 보호자에게만 전달하고 돌아가는 모습도 여럿 눈에 띄었다. 본관 입구에 설치된 발열감시카메라를 감시하던 직원은 “평소면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로 북적였을 텐데 신종 코로나 영향인지 한산하다”고 설명했다. 안과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홍모(29)씨는 “진료받기 위해 마스크를 새로 샀고 약국에서 개인용 알코올 소독제도 사서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시내 곳곳도 인적이 뜸했다. 각종 공연과 전시, 행사, 모임 등도 줄줄이 취소됐다. 광주시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국악상설 공연과 광주전통문화관 대보름 행사 등 문화예술공연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또 광주시청 야외스케이트장과 썰매장도 이날 서둘러 폐장했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은 직원 1명이 21세기병원에서 장기간 부인을 간호한 사실을 알려지자 해당 직원을 자가 격리하고 전 단원의 출근을 금지했다. 광주 북구의 음식점 주인 양모(67)씨는 “어제 낮 확진 환자가 뉴스에 나오면서 예약 20여석이 취소됐다”며 “빨리 감염병이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 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광주= 김민호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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