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하면서 자신이 바이러스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소방에 장난전화를 거는 등 허위신고를 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모두 법적으로 처벌받는 행위인 데다 우한 폐렴에 총력 대응해야 할 행정력을 낭비시키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전남 광주에서는 20대 남성 A씨가 ‘중국에 다녀왔는데 폐렴에 걸린 것 같다’며 119에 장난으로 신고전화를 걸었다. 119상황실은 가까운 병원으로 A씨를 안내했지만 이후 그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않았다. A씨의 진료 내역이 추적되지 않자 그의 출입국 기록을 조회한 경찰은 그가 중국에 다녀온 말 역시 사실이 아니란 것을 확인했다.
이달 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선 20대 남성 B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우한 폐렴이라는 꾀병을 부려 119 구급대를 출동하게 만들었다. B씨는 음식점에서 난동을 부려 인근 지구대로 연행됐는데 돌연 기침을 하며 자신이 우한 폐렴에 걸린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119 구급대원들이 긴급 출동했지만 B씨는 아무런 의심 증상이 없었다.
울산에서는 같은 날 40대 C씨가 자신이 우한 폐렴 확진자라며 택시기사에게 “왜 마스크를 안 쓰고 일하냐”고 화를 내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런 사례들은 허위 신고로 행정력을 낭비하게 하거나 정상적인 업무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로 모두 공무집행방해나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행정력을 낭비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국가가 배상 청구할 수도 있다.
경찰 측은 허위신고나 장난전화 때문에 진정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야 할 행정력이 낭비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 관계자는 “경범죄처벌법에 규정된 장난전화 처벌에 관련된 조항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허위신고가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경우 경찰 인력이 출동할 때 소요된 비용을 손해배상 청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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