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공무원에게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중국에서 발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원활한 마스크 공급을 위한 목적이라지만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내려진 ‘복면 금지법’을 연상케 하는 발언이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람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수요가 치솟고 있으며, 홍콩 정부는 이에 모범을 보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의료진을 위해 마스크 재고를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다음 발언이다. 람 장관은 “이를 위해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모든 부서의 공무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면 벗으라고 지시했다”며 “만약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쓴다면 마스크 공급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도 이러한 지침을 채택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람 장관은 덧붙였다.
하지만 람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 출석하기 전 신종 코로나 확산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대와 마주친 자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SCMP는 보도했다. 홍콩 당국은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가 가열되면서 ‘복면 금지법’을 발령해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했으나 고등법원의 위헌 판결로 이를 접은 바 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