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의심환자에 전화로 문진 자가 격리 등 필요조치 권고
청소로봇, 병동에 소독약 뿌리고 AI 드론은 시민에 대응 지침 알려
“인공지능(AI)은 이제 질병에 맞서는 최전선에 서있다.”(미국 복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중국의 AI 기술이 속속 최전방에 투입되고 있다. 감염 의심자를 진단하고, 질병확산을 예측하며, 사람을 대신해 AI기반의 로봇이 방역 작업에도 나서는 것이다. 바이두나 알리바바 등 중국 대표 IT 기업들도 기술지원에 나서면서 광범위한 영역에서 AI가 활용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음성인식 기술을 갖춘 ‘AI 의사’가 조기 진단 작업에 투입됐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 AI는 감염 의심환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문진하고, 자가 격리 등 필요 조치를 권고한다. 진단과 동시에 의심 환자정보를 수집ㆍ분류해 바이러스 확산 추이를 모니터링도 한다. 무엇보다도 속도가 장점이다. 사람이 2~3시간은 족히 걸릴 작업을 5분 만에 끝낸다.
검역과 방역 작업에서도 AI가 등장했다. 베이징 칭허 기차역에는 최근 바이두가 개발한 ‘AI 다인 체온 고속 검측 솔루션’이 설치됐다. 주요 길목에 설치하면 회당 3~5명의 체온이 한 번에 측정되며, 오차 범위도 0.05도 이하다. 이상 체온이 감지되면, 대상자 얼굴과 체온 정보가 즉각 관리자 컴퓨터로 전송된다.
사람의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AI 로봇도 활용되고 있다. ‘상하이링즈테크놀로지’에서 개발한 청소 로봇은 격리병동 등에서 자체 항로를 설정해 3시간 이상 쉬지 않고 소독약을 뿌릴 수 있다. 또 보건 인력이 일일이 방문하기 어려운 외딴 지방에서는 확성기와 AI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무인 항공기)이 시민들에게 대응 지침을 알리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가 최근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북부 네이멍구 한 시골 마을에서 한 노인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걸어가다가 “신속히 귀가해, 손을 씻으라”는 드론의 지침을 받았다.
AI는 신종 코로나에 대응할 신약과 백신 개발에서도 활용될 예정이다. 네덜란드 IT 매체인 ‘더넥스트웹’(TNW)에 따르면 최근 바이두와 알리바바는 자사가 보유한 유전자염기서열분석기술을 무료로 공유한다고 밝혔다. 바이두는 신종 코로나의 리보핵산(RNA)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 ‘리니어 폴드’를 공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RNA 이차구조를 예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55분에서 27초 정도로 급속히 단축할 수 있다는 게 바이두 설명이다. 알리바바는 유전자 배열·단백질 검사 등 자사 기술력을 다른 회사에도 제공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 AI 연구팀이 “오는 16일 확진자 수가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도 AI 기술 덕분이다. 칭화대팀은 확진자수와 잠복기ㆍ격리 조치 등을 반영한 자체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AI 기술은 신종 코로나 사태 초반부터 예측 능력을 입증했다. 미국 매체 복스(VOX)와 미 IT 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캐나다의 의료 AI 회사인 ‘블루닷’은 세계보건기구(WHO) 공식 발표보다 열흘 앞선 지난해 12월 31일 신종 코로나 집단 감염 위험성을 경고해 화제를 모았다. 블루닷은 65개 언어로 된 언론 보도와 항공 데이터, 동식물 질병 데이터 등을 수집해 WHO보다 훨씬 신속하게 질병 확산을 예측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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