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칼레트라 1, 4번 환자도 투약
中 태국서도 효과… 2번, 이번주 퇴원
메르스 때도 항바이러스제 병합해 써
1번 환자 중국인도 호전 퇴원 임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두 번째 환자가 완치돼 퇴원을 앞둔 가운데, 이 환자 치료에 에이즈 치료제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과 태국에서도 신종 코로나 환자에 에이즈 치료제를 투여해 호전된 사례가 보고되면서, 에이즈 치료제가 신종 코로나 환자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국립중앙의료원 측은 “2번 환자가 완치된 것이 맞다”라며 “신종 바이러스이다 보니 퇴원 날짜를 잡기 위해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의료진은 국내 첫 신종 코로나 감염증 완치자인 2번 환자에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Kaletraㆍ로피나비르, 리토나비르 혼합제)’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 환자는 55세 한국인 남성으로 지난달 22일 우한에서 입국, 이틀 뒤인 24일 확진 판정을 받고 국립중앙의료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았다.
칼레트라는 2번 환자 외에도 폐렴이 심했던 1번과 4번 환자에게도 투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환자마다 쓰고 있는 약의 종류까지는 다 파악하고 있지 않지만, 의료진으로부터 에이즈 치료제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치료에 에이즈 치료제가 쓰인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같은 구조인 RNA(리보핵산)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RNA 형태의 바이러스는 증식을 위한 복제를 할 때 단백분해효소를 이용하는데, 칼레트라는 이 단백분해효소를 억제해 증식을 막는 약이다. 의료진은 같은 RNA 바이러스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칼레트라를 투여하면 바이러스 복제를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에이즈 치료제만으로 신종 코로나 완치가 가능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신종 코로나에 대한 뚜렷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항바이러스제를 단독, 또는 병합해 써보는 것”이라며 “태국에서는 최근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와 칼레트라를 섞어 써보니 효과가 좋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실제로 칼레트라에다 또 다른 항바이러스제인 인터페론, 리바비린을 같이 섞어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삼성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칼레트라는 메르스 때도 썼던 약”이라며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지금은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약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2번 환자는 이번 주 안에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날 “임상 증상이 호전됐지만, 첫 번째 (완치) 사례이다 보니 퇴원 기준을 현재보다 좀 더 보강할지는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2번 환자는 24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 실시한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 원칙적으로 퇴원이 가능하다.
두 번째로 퇴원이 임박한 환자는 인천의료원에 격리돼 있는 1번 환자다. 이 환자는 35세 중국인 여성으로, 지난달 20일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첫 신종 코로나 환자다. 인천시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환자 상태가 호전됐고, 안정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 환자와 접촉한 45명에 대한 능동감시와 자가격리 조치도 3일 0시를 기점으로 모두 해제됐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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