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최은영 작가 등이 ‘저작권 3년 양도’ 조항을 문제 삼고 수상을 거부하며 촉발된 이상문학상 사태에 대해 주최 측인 문학사상사가 한달 여 만인 4일, 공식입장을 내놨다.
문학사상사가 입 닫고 있던 그 한달 동안 지난해 대상 수상자였던 윤이형 작가가 책임을 통감한다며 절필을 선언했다. 동료 작가들은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란 해시태그를 달며 보이콧을 외쳤다. 독자들도 ‘#문학사상사_소비_거부’로 지지를 보탰다. 모두가 문학사상사의 사과를 요구했다.
모두가 기다렸던 답변은 한 달 만에 도착했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문학사상사는 문제가 됐던 대상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 조항은 ‘출판권 1년 설정’으로, 표제작 규제 역시 수상 1년 후부터는 해제하는 것으로 고치겠다고 밝혔다.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은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도 했다.
계약서가 고쳐진다니 앞으로 작가들이 그 문제로 신음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래 곪은 자리가 세상에 드러나기까지 너무 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었다. 이미 상을 받은 이들은 “관행이란 말 앞에 절차를 수용한 제가 부끄럽다”며 반성했고, 독자들은 사랑하는 작가가 펜을 꺾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문학사상사의 입장문 발표도 매끄럽지 못했다. 내부에서 정리되지 않은 최종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내놨다가 지웠다. 이에 맞춰 관련 내용을 담은 기사도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작가들 반발도 여전하다. 최은영 작가는 ‘직원이 대거 퇴직해 상황 수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문학사상사 측 해명을 두고 “결국 책임이 직원들에게 있다는 식의 회피”라고 지적했다.
책을 즐겼던 이들에게 이상문학상과 관련된 추억 하나쯤은 있다. 수상작품집 한 권만 읽어도 그 해 읽어야 할 한국 문학은 모두 읽은 듯한 포만감이 들었다. 때론 필사도 마다 않았다. 이상문학상은 작품집을 매만지고 읽고 자란 모든 이들의 상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상문학상 사태 취재는 모두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작가는 물론, 상황을 수습해야 했던 편집부 직원, 추억을 간직한 독자, 그리고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까지.
1987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주인공 엄석대는 폭력과 강압으로 학급을 지배하면서도 이를 철저히 숨기는 인물이다. 실체가 드러나자 결국 학교를 떠난다. 누군가를 착취하는 방식으로 쌓아 올린 권력은 영원할 수 없다. 이상문학상이 엄석대처럼 사라지지 않기를, 폭력이 말끔히 사라진 뒤 남아있는 독자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한소범 문화부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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