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여론에 유화 메시지
시 주석 방한 앞두고 한중관계 관리 필요성
“한중은 어려울 때 서로 지지해온 ‘완전하고 믿을 수 있는 이웃’이다.”
싱하이밍(邢海明) 신임 주한중국대사는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 한중 협력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부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자청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올 상반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로 고조된 한국 내 부정적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싱 대사는 이날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에) 전면적이고 엄격한 조치를 하고 있다”며 “2월 들어 완치환자 수가 사망환자 수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전염병 저지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사 부임이 세 번째 서울 근무일 정도로 ‘한반도통’으로 정평이 난 싱 대사는 이날 회견을 비교적 능숙한 한국어로 진행했다.
그는 특히 “눈 속에 있는 사람에게 땔감을 보내주듯 (한국은) 중국의 전염병 투쟁에 큰 힘을 실어줬다"며 마스크 및 구호 자금 지원 결정에 사의도 표시했다. 싱 대사는 또 중국발(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ㆍSARS) 우려가 컸던 2003년 7월 이뤄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중을 언급하며 “어려울 때 친구야말로 진짜 친구”라고도 했다.
지난달 30일 부임한 싱 대사는 아직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기자회견에 나섰다. 또 중국대사가 주재국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도 이례적이다. 신종 코로나 관련 대중(對中) 여론 악화를 중국 정부가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최고지도자(시 주석)의 상반기 방한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 외교부로선 신종 코로나로 한국 내 여론이 악화하는 데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일단 한중 유화 분위기를 띄워 현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싱 대사는 다만 ‘후베이성 체류ㆍ방문 외국인 입국 제한’ 등 한국이 취한 조치에 대해선 “제가 많이 평가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대신 “세계보건기구(WHO) 근거에 따르면 되지 않을까 한다”며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 중국 교역과 이동 제한을 권고하지 않은 WHO 방침과 달리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한 한국에 간접적으로 섭섭함도 표현했다. 한국이 추가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 정부의 반발을 예고한 압박성 발언이란 해석도 나온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