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생들 대화방 만들어 학교에‘항의’
동문 500여명은 “소수자 혐오 말라”서명운동
학교 측 “입학 절차에 문제 없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뒤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A(22)씨를 두고 학교 안팎의 논란이 거세다. “입학 반대는 소수자 혐오이자 학교 설립 목적에 반하는 행위”라는 목소리와 “여대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여성 권리를 위협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4일 숙명여대와 재학생 등에 따르면 A씨가 최근 발표된 법대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후 학생뿐만 아니라 동문, 전국 여대 단체 등이 잇따라 성명서 발표와 서명 운동을 통해 찬반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날 덕성여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서울 지역 6개 여대 소속 21개 단체는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성별 변경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내어 “여대는 남자가 여자로 인정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A씨 입학에 반대했다.
대부분 학내 래디컬(radicalㆍ급진적인) 페미니스트 소모임으로 이뤄진 이 단체들은 “지난해 10월 성별변경을 한 이 남성은 고작 3개월 후에 여대에 입학을 하려 한다”며 “‘나를 보고 여대 입학을 희망하는 다른 트랜스젠더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A씨의) 발언은 여대 입학을 변경된 성별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들은 지난해 남성이 여장을 하고 학교에 침입한 사건을 예로 들며 “여대라는 공간이 남성들의 범죄 표적이 되고, 스스로를 여자라 주장하는 남자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내부에서도 A씨 반대 움직임이 치열하다. 일부 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방을 개설해 학교에 대한 시위와 메일ㆍ전화 항의에 나서는가 하면, 전국 대학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과 학내 커뮤니티 ‘스노로즈’ 등에 A씨 입학 반대 의견도 잇따라 게재하고 있다.
반면 A씨의 입학을 지지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찮다. 숙명여대 동문들은 ‘성전환자로 최종 합격한 학생을 동문 이름으로 환대한다’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지난 3일부터 진행 중이다. 서명 2일째 동의한 이들은 550명을 넘어섰다.
동문들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고정관념을 근거로 ‘진짜 여성’과 ‘가짜 여성’을 나누려는 시도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번 문제는 엄연히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열위에 놓고 차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숙명여대 학생ㆍ소수자 인권위원회 역시 지난 2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특정인의 정체성을 함부로 부정하고 그녀의 여대 입학에 찬반을 논하는 행위는 여자대학의 창립 이념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A씨의 입학 자격에 결격 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A씨는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법무부를 통해 성별 정정도 마친 후 지원해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A씨가 실제 입학할지를 기다리는 상태이고, 학생과 동문 등의 입장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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