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A씨는 작년 6월 서울 서초구의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A씨는 구청에 낸 주택 구매 자금조달계획서에서 집을 부모에게 전세로 제공하고 받은 보증금 4억5,000만원에 금융기관 대출 4억5,000만원을 보태 9억원을 만들고, 나머지 남은 1억원은 자신의 통장에서 마련했다고 밝혔다. 부모에게 전세를 준 집에 함께 거주하고 있고, 전세 계약 2개월 전 부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정부는 부모와 자식간에 임대보증금 형식을 빌린 편법 증여로 보고 국세청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서울지역 부동산 매매 실거래 신고분에 대한 정부의 합동 2차 조사에서 조사대상의 절반이 ‘이상 거래’로 의심돼 국세청 등의 정밀 검증을 받게 됐다.
국토부는 4일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서울시,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등과 함께 ‘서울지역 실거래 합동조사 2차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앞서 1차로 작년 8∼9월 서울 주택 거래내용 가운데 1,536건의 의심 사례에 대한 검토를 진행해 탈세 의심 사례 532건, 대출 규정 위반 59건을 적발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1차 조사 잔여분 545건과 작년 8∼10월 거래분 788건 등 1,333건이 조사대상이 됐다.
국토부는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총 768건이 의심사례로 적발됐다. 매매계약서와 거래대금 지급 증빙자료, 자금출처, 조달 증빙자료, 금융거래확인서 등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다. 국세청이 최근 ‘부동산 불로소득과의 전쟁’을 선포한 만큼 고강도 탈세 혐의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발된 건수 중 670건은 ‘탈세 의심’으로 국세청에 통보된다. A씨처럼 전세 계약 형식을 빌려 가족 간 편법 증여한 것으로 의심되거나, 실거래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가족에게 양도한 사례 등이다.
또한 주택 구매 과정에서 대출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94건도 금융당국에 대출 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하도록 했다. 서울시는 계약일 허위 신고 등 ‘부동산거래신고법’을 위반한 3건에 대해 과태료 총 3,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달 21일부터는 실거래 내역에 대한 직권 수사에 착수한다. ‘부동산시장 불법 행위 대응반’을 제1차관 직속으로 설치하고 특별사법경찰 등 전담 인력을 배치해 부동산 불법행위에 대한 직접 수사에 들어간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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