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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국 부품 재고 바닥…7일부터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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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국 부품 재고 바닥…7일부터 ‘올스톱’

입력
2020.02.04 17:33
수정
2020.02.0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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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근무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퇴근하고 있다. 뉴스1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근무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퇴근하고 있다. 뉴스1

현대자동차의 국내 모든 공장이 7일부터 멈춰 선다. 기아차의 국내 전체 생산 역시 이르면 10일부터 중단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로 중국산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만 323만여대(2019년 기준)를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현대차 노사는 4일 실무협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공장·라인별 순차 휴업 계획에 합의했다. 이 계획에 따라 이날 오전부터 제네시스 세단 3종과 준중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을 생산하는 울산 5공장의 2개 라인 중 1개 라인이 휴업에 들어갔고, 이날 오후엔 포터 트럭을 만드는 4공장 1개 라인의 작업도 중단됐다.

5일엔 소형 SUV인 코나와 벨로스터 등을 조립하는 울산1공장이, 7일 울산4공장 나머지 라인(팰리세이드, 그랜드스타렉스)이 각각 생산을 멈춘다. 또 상용차를 제작하는 전주공장은 6일, 아산공장(쏘나타, 그랜저)은 7일부터 각각 휴업한다. 결국 이달 7일이면 현대차의 모든 제조 공장 운영이 정지되는 셈이다. 휴업 임금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키로 했다.

기아차 역시 중국산 재고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점쳐진 이달 10일이면 가동 중단에 처할 조짐이다.

앞서 동일한 부품을 전량 중국에서 조달 중인 쌍용자동차도 현지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선 처음으로 이달 4일부터 조업중단을 밝힌 바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조업 중단의 원인이 된 부품은 차량 내 배선 뭉치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다. 수작업으로 생산되는 와이어링 하네스의 경우 자동차 조립 초기나 차량 바닥에 혈관처럼 깔아야 하는 부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와이어링 히네스는 종업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전선을 엮어 조합해야 하는 단순 부품이다”며 “다만 차량마다 다르게 설계돼 있고 노동집약적인 부품이어서 빠른 시일 내 대체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차에선 부족한 부품 수급을 위해 국내와 동남아 등에서 대체 물량 조달에 나서는 한편 현지 협력사의 생산 재개시 부품 조달에 소요될 기간 단축 등 생산 차질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위기 극복을 위해선 노사가 따로 일 수는 없다”며 “이번 위기를 극복해 내지 못한다면 미래는 더 암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차는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국가기간 사업인 만큼, 노조도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한 폐렴’이란 돌발 변수로 촉발된 이번 사태를 두고 관련 업계에선 중국에 편중된 부품 공급 시스템을 개선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나의 부품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입게 될 피해가 뻔한 자동차 생산 공정 특성상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단 지적에서다. 이번에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국내 완성차 업계의 공장 가동 중단 사태를 불러 일으킨 와이어링 하네스는 베이징(北京)과 칭다오(青岛) 선양(沈阳) 쓰촨(四川) 등 중국에 공장을 둔 국내 부품 업체 3사(유라, 경신, 티에이치엔)에서 전량 공급받아왔지만, 신종코로나 발생 이후 열흘 이상 공급이 끊겼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즉시 적용이 가능한 ‘플랜B’의 부재 또한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정 부품 공급에 어려움이 생길 경우, 재고 물량까지 감안한 대체 협력사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더 큰 문제는 감당해야 될 손실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중국 정부가 신종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현지 공장 휴업 연장에 나서는 추세다. 현대차가 가동 재개 시점을 12일부터로 잡았지만 장담하긴 어려운 형편이다. 현재 중국 정부가 10일부터 현지 부품공장 조업 재개를 허가한 상태지만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가동 시점을 담보할 순 없다. 쌍용자동차도 13일부터 조업 재개에 나설 방침이지만 중국 현지 사정에 따라 더 지연될 공산이 적지 않다.

중국공장 가동이 한달 이상 더 늦춰질 경우 다른 완성차 업체 피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아직 충분한 재고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중국 부품업체 공장 생산이 계속해서 지연되면 감산 또는 가동 중단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는 3만여 개 부품이 유기적으로 이뤄져 제조된다”며 “부품의 단가, 품질,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생산지를 배정하기 때문에 다변화하는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번 기회에 다변화해야 한다는 이유를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자동차 생산량의 82%가량(연간 323만여대ㆍ하루 8,900여대 생산)을 도맡은 현대·기아차의 물리적인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의 내수 평균판매단가(ASP)가 3,000만원(금융투자업계 집계)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평균 2,670억원 상당의 피해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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