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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출신지 따져 인사 개입한 국토정보공사 임원 해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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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출신지 따져 인사 개입한 국토정보공사 임원 해임 요구

입력
2020.02.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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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목 없는 예산 편성 요구 등 확인 

 해당 임원 “사실 아니다” 부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공기업 운영의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하는 상임감사가 도리어 인사ㆍ예산ㆍ계약 과정 등에 부당 개입해 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해당 임원의 직무상 비위가 뚜렷하므로 해임에 해당하는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4일 감사원이 발표한 ‘취약시기 공직기강 점검’ 결과를 보면 한국국토정보공사(LX) 감사실 임원 A씨는 특정인에 대한 승진을 요구하고, 허위 예산 편성을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사적으로 알고 있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요구하는 등 LX 업무 전반에 부당한 개입을 해 왔다.

LX 행동강령에 따르면 임직원은 직위를 이용해 다른 임직원의 승진ㆍ전보 등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2018년 3월 취임한 A씨는 취임 일주일 만에 B 처장을 불러 앞으로의 인사 사항 등을 자신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또 지난해 1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특정 지역 출신 인사가 포함된 1ㆍ2급 승진후보자 명단을 작성하게 하고, 승진 대상에 따라 O, X 표시를 한 뒤 LX의 이사에게 전달했다. 출신 지역에 따른 특혜나 차별을 야기할 수 있게 했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A씨는 정기인사에서 본사 실ㆍ처장 37명의 인사발령안이 자신의 요구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전면 재검토’하라고 하는 등 인사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전경
감사원 전경

A씨는 타당한 근거 없이 특정 예산 편성을 요구하고,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2018년 11월 휴양소 부지 매입 예산을 편성하도록 해당부서에 요구했던 A씨는 방만 경영 등의 이유로 예산 편성이 어렵다는 보고를 받자 이번엔 드론 비행장 부지를 매입한다는 명목으로 휴양소 부지 매입 예산을 편성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LX는 드론 활용 상용화를 위해 이미 드론 실기 교육장을 확보해 지난해에는 드론 비행장 부지를 확보하려는 계획이 없었다. 이마저도 어렵다는 보고를 들은 A씨는 해당 예산을 반영하지 않으면 일상감사에서 2019년도 예산편성안을 아예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이야기했고, 결국 ‘드론 비행장 부지 매입’ 항목으로 예산 50억원이 편성됐다.

게다가 A씨는 특정 단체에 기부를 요구하거나 자신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업체를 계약 과정에 알선하는 등 직위를 남용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LX에서 성과급 반납금을 기부하기로 결정하자 A씨는 자신과 관련된 특정 단체의 이름과 단체별 기부금액을 정한 명단을 담당부서에 전달하면서 기부를 요구했다. 해당부서는 A씨가 요구한 31개 단체 중 28개 단체에 총 3억8,000여만원을 기부했다. A씨는 임시주차장 조성공사나 현수막 제작 등에 자신이 아는 업체를 소개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각종 계약에 부당하게 개입하기도 했다.

A씨는 이 같은 감사 결과에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 개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모함’이라고 했고, 계약업체 알선에 대해선 ‘금품이나 향응을 받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직원들의 구체적 진술 등을 근거로 A씨의 비위가 뚜렷하다고 봤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A씨 해임에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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