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증 입국 임시중단 첫 날, 중국인 넘치던 공항 온종일 100명 안팎 입국
“중국 푸둥공항에서 탑승했는데 승객이 달랑 4명이었어요. 그것도 모두 한국인이고요.”
4일 오전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한 춘추항공 9C8569편을 타고 제주국제공항에 내린 한 한국인 탑승객이 텅 비었던 기내 상황을 전했다. 해당 항공편에는 한국인 승객 4명 외에 중국인 탑승객은 없었다. 이날 제주공항 국제선 도착장도 평소와 전혀 달랐다. 중국발 항공기가 도착하면 중국인 관광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왁자지껄하던 모습은 사라진 채 태국과 대만 등에서 도착한 외국인 관광객들만 간간이 보일 뿐 넓은 도착장이 텅텅 빈 모습이었다.
이 같은 풍경이 연출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18년 만에 처음으로 제주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를 임시 중단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2002년 4월부터 시행된 무사증 제도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국적의 외국인에 한해 30일 간 비자없이 제주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무사증 제도 중단 첫날인 이날 제주-중국간 직항 항공편 18개 노선 중 15개 노선이 중단됐고, 일부 항공편들도 사실상 텅 빈 채로 제주에 도착했다. 이날 오후 2시10분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발 항공편 5대 중 탑승객 수가 가장 많은 항공기가 21명에 불과했다. 다른 항공기들도 4명에서 10명만 탑승, 이들 항공편 탑승객은 모두 55명에 그쳤다. 또 이날 오후 9시15분에 도착하는 나머지 중국발 항공기 예약자 수는 58명이지만, 이마저도 오전부터 예약취소가 계속돼 이날 하루 중국발 제주도착 탑승객 수는 100명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2주 전까지만 해도 제주-중국간 직항 항공기로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만 3,000명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무사증 제도가 중단되기 전날인 3일에도 제주 방문 중국인 관광객은 755명이었다.
이날 중국발 항공기에서 내린 탑승객들은 입국 절차도 평소와 달랐다. 이들은 다른 지역에서 온 승객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별도로 구분된 통로를 거쳐 제주공항 내로 이동하는 등 특별입국절차에 따라 입국이 허용됐다.
중국인 관광객의 단골 방문코스인 제주시 용두암과 용담해안도로도 이날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평소 단체 여행객들을 태운 관광버스로 붐비던 용두암 주차장은 텅 비었고, 용담해안도로 주변 상가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물론 내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신종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제주관광의 어려운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용담해안도로 주변 카페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중국인 관광객들이 갈수록 줄고 있는데, 무사증 제도가 중지돼 제주에 중국인 관광객이 아예 사라지는 것 아니냐”며 “내국인 관광객마저 반 토막이 났다는데 막막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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