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탓에 메르스ㆍ사스 때보다 헌혈 더 줄어
대한적십자사, 호소문 내고 헌혈 참여 독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국내 혈액 공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감염 우려로 시민들의 외부 활동이 줄어든데다, 기업 등의 단체 헌혈 행사가 취소되면서 혈액보유량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4일 기준 혈액보유량은 3~4일치에 불과하다. 지금 추세로 헌혈자가 줄어들면 13일쯤엔 혈액보유량이 3일 미만인 ‘혈액위기상황’이 예상된다. 혈액보유량은 5일 이상은 돼야 적정 수준으로 본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20일부터 헌혈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달 2일까지 개인 헌혈자는 5만7,18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7,979명보다 2만 명 이상 감소했다.
혈액관리본부는 이날 “신종코로나 발생 이후 군부대와 기업 등에서 예정됐던 헌혈행사 취소가 늘어나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는 첫 확진자 발견 이후로 점차 심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나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에도 헌혈 인구가 갑작스레 줄어들어 타격을 입었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는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메르스나 사스는 단체헌혈이 많은 봄ㆍ여름철 바이러스가 발생해 혈액 수급이 심각한 수준에는 이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는 가뜩이나 혈액수급에 어려운 ‘헌혈 비수기’ 겨울철에 발생하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이날 박경서 회장 명의의 ‘헌혈 참여 호소문’을 내고 적극적인 헌혈 참여를 부탁하고 나섰다. 박 회장은 호소문에서 “긴급하게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이 소중한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헌혈에 적극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 드린다”고 밝혔다. 정유석 대한적십자사 안전관리팀장도 “혈액관리본부는 근무자 개인 위생관리 및 채혈장비, 헌혈 장소 소독 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환자들을 위한 적극적 헌혈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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