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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여동생 조원태 회장 지지… 한진 ‘남매의 난’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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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여동생 조원태 회장 지지… 한진 ‘남매의 난’ 새 국면

입력
2020.02.04 17:28
수정
2020.02.04 20: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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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한국일보]한진칼 지분 현황. 박구원 기자
[저작권한국일보]한진칼 지분 현황. 박구원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그룹 경영권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한 한고비를 넘겼다. 조 전 부사장이 행동주의 펀드 KCGI 등과 연합해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다. 오는 3월에 있을 지주사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분 확보가 절실히 필요했던 조 회장이 일단은 미세하게나마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 하지만 “조 회장이 안심하기는 이르다”며 다음달 주총까지는 치열한 전면전이 지속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명희 고문의 선택은 일단 가업 현상 유지

이 고문과 조 전무는 4일 한진그룹을 통해 “조원태 회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못 박고, “현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 경영성과를 개선하고, 전문경영 체제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경영 체제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자, 조 전 부사장이 아닌 조 회장 편에 서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앞서 조 전 부사장이 KCGI(그레이스 홀딩스) 등 외부 세력과 손을 잡은 것에 이 고문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날 이 고문 등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꼬집는 한편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의 경영권 욕심이 외부 세력을 끌어들인 것에 대한 불쾌감, 고 조양호 전 회장 등 일가가 이끌어 왔던 그룹이 자칫하다 외부 세력에게 넘어갈 지 모른다는 위기감 등이 조 회장 손을 들어준 이유라는 것이다.

모심은 얻었지만 다음 일반주주들 지지까지 얻어야

이 고문 등의 지지로 조 회장은 델타항공과 카카오를 포함, 총 33.45%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등 이른바 ‘3자 동맹’이 가진 31.98%(의결권 기준) 지분을 근소하게 앞서면서 일단 안도할 수 있는 상황은 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세가 3월 주총까지 그대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국민연금(4.11%)과 외국인ㆍ일반주주(30.46%) 등 아직 어느 편에 설지 확실치 않은 유동 지분이 34.57%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 대결의 핵심은 조 회장의 이사직 유지 여부인데, 출석 의결권 과반의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일반주주들 표 쟁탈전은 불가피한 상황. 결국 주총에서의 승패는 아주 근소한 표 차이에서 결판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50% 이상의 지분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직원이 30명 안팎에 불과한 한진칼 직원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사모펀드의 공격에 대응해 일일이 일반 주주들을 찾아가 지지를 호소했던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조 회장 측은 타개책으로 주총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주총에 참석하지 않고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일반 주주의 지지를 이끌어 내겠다는 생각이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50%를 배당했으며, 앞으로도 배당을 확대할 계획을 내놓는 등 일반 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방편을 다양하게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신종코로나 감염증 확산 사태에서 중국 현지 교민을 이송한 전세기에 직접 몸을 실은 것도 경영권 유지에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전자투표제가 반드시 조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KCGI는 한진보다 앞서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액 주주들은 주가 상승에 관심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KCGI가 승리할 경우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주주들이 많다”며 “전자투표제가 도입되면 오히려 KCGI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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