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세 시즌째를 맞는 외국인 선수 펠리페 안톤 반데로(32)가 우리카드의 거침없는 고공 행진을 이끌고 있다.
펠리페는 이번 시즌 득점 3위(490점), 공격종합 9위(50.7%), 서브 5위(세트당 0.386)에 올라 있다. 4일 기자단 투표에서는 30표 가운데 19표를 획득, 팀 동료 노재욱(5표)과 나경복(4표)을 제치고 2019~20 V리그 4라운드 MVP를 차지했다. 2017~18시즌 6라운드, 2018~19시즌 5라운드에 이어 개인 통산 3번째 라운드 MVP다.
펠리페의 맹활약에 팀도 창단 이후 최다인 9연승을 거두며 질주 중이다. 시즌 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과 경쟁에서도 한발 앞서 있다. 우리카드는 11경기를 남겨둔 4일 현재 리그 1위(승점 53ㆍ19승 6패)다. 그 뒤로 2위 대한항공(승점 50ㆍ18승 8패), 3위 현대캐피탈(승점 46ㆍ15승 10패)이 추격 중이다.
펠리페는 우리카드가 올시즌 외국인 선수를 무려 2번이나 퇴출한 끝에 영입한 3번째 외국인 선수다. V리그에는 벌써 3번째 시즌인데, 2017~18시즌 한국전력, 2018~19시즌에는 KB손해보험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투입돼 활약하는 등 사연도 많다. 과거 레오(삼성화재)나 가빈(삼성화재) 아가메즈(우리카드)처럼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었기에 그간 소속팀의 재선택(재계약)을 받진 못했다. 지난 시즌에도 올 시즌에도 트라이아웃에서 지명 받지 못한 채 대체 선수로 V리그에 합류했다.
하지만, 펠리페만큼 꾸준한 선수도 없다. 실제로 펠리페의 시즌별 성적은 2017~18시즌 36경기(137세트) 880득점(47.2%), 2018~19시즌 32경기(127경기) 775득점(50.3%)으로 기복이 없다. 올 시즌도 2019~20시즌 21경기(83세트) 490득점(50.7%)을 기록 중이다. 트리플크라운(후위ㆍ서브ㆍ블로킹 각 3득점 이상)도 개인 통산 8차례를 달성했는데 올 시즌에만 4번째다. 외인답지 않게 몸을 사리지 않는 디그 등‘열정 플레이’로도 팬들의 눈 도장을 확실히 받고 있다. 무엇보다 부상, 혹은 태업이나 적응력 부족으로 리그 중간에 퇴출되거나 구단 관계자들의 속앓이를 유발한 적이 없다.
펠리페는 사실 시즌 초반 컨디션이 흔들렸다. 지난해 11월에는 오른쪽 종아리 부상으로 숙소에 남은 채 아예 경기장에 나오지 못하기도 했다. 펠리페는 그러나 3라운드부터 완전히 살아나며 펠리페-나경복-황경민으로 이어지는 우리카드 3각 편대를 다시 완성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매 경기 펠리페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한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펠리페의 우리카드는 중요한 고비를 맞았다.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을 가늠할 운명의 2연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현대캐피탈과, 나흘 뒤인 9일에는 대한항공과 일전이 예정돼 있다. 사실상 ‘미리 보는 봄배구’다. 2ㆍ3위와의 격차를 벌릴 수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 1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 펠리페는 그간 치열한 상위권 다툼을 해본 적이 없다. 그의 소속팀은 앞선 시즌 모두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펠리페가 팀을 정규리그 최고 성적에 올려 놓을지, 또 이를 넘어 봄배구에서 어떤 활약을 보일 지 눈길이 쏠린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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