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야생동물, 특히 박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박쥐는 지역마다 다르게 불렸다. 바쭈기, 박나비, 박지벌레, 빨쥐, 뽁쥐, 뽈찌 등등. 심지어 제주도 일부에선 다람지라고 했다. 표준어가 없었다면 국가적 재난 속에서 정보 전달의 어려움을 겪었을 터이다. 물론 바쭈기는 죄가 없지만.
정보 전달 수단으로서 말은 정확해야 한다. 표준어는 이러한 소통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말은 살아 있는 문화이기도 하므로 담화 상황에 맞는 적절성도 갖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비표준적 언어를 쓰는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그것이다. 또 말에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우리 삶을 담은 생생한 말의 맛과 멋을 최대한 살리면 개성 있는 묘사와 표현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가 말의 적절성과 창의성을 실현하고자 할 때 지역어는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된다. 박경리의 ‘토지’에 담긴 경상도 말과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담긴 전라도 말은 한국어의 범위와 가능성을 확장하고 개척하여 풍부하게 해 준 것이다. 우리가 공공생활에서 표준어를 쓰지만, 지역어에 담긴 우리말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립국어원이 국가의 표준어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보니, 사람들은 국립국어원이 지역어를 홀대한다고 오해한다. 그 국립국어원이 새로운 누리집 ‘지역어 종합 정보(http://dialect.korean.go.kr)’를 오늘부터 개통한다. 무려 17년 동안 수집한 지역어 16만 항목이 음성, 사진 등의 다채로운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여기에 접속하면 한반도 지도 위에 나타난 ‘박쥐’의 지역어 분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토지’와 ‘태백산맥’에 나오는 지역어와 뜻풀이도 찾아볼 수 있다.
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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