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한 직업학교가 이슬람 여성 복장인 니캅 착용을 금지한 데 대해 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렸다. 독일 곳곳에서 공공장소 니캅 착용을 둘러싼 소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판결은 ‘이슬람 베일’ 논쟁에 불을 붙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함부르크 행정법원은 16세 소매업 전공 학생에게 수업 중 니캅을 착용하지 못하게 한 학교의 조치에 대해 주(州)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니캅은 눈을 제외한 얼굴을 모두 가리는 이슬람 여성 의복이다. 법원은 “현행법상 교육당국이 니캅 금지 조치를 내릴 근거가 없는데다 해당 학생은 신념의 자유를 무조건적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학생은 학교로부터 니캅을 벗고 수업을 들을 것을 권고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학교 측이 500유로(약 65만7,000원) 벌금을 물리겠다고까지 하자 학부모가 반발하면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이번 판결에 교육당국은 즉각 반발했다. 함부르크의 사회민주주의 교육 상원의원인 타이즈 라베는 주법 개정을 바로 추진하겠다고 지역 언론을 통해 밝혔다. 라베 의원은 “교사와 학생이 얼굴을 가리지 않고 맞대야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교육정책은 연방법이 아닌 주법에 따르지만, 이슬람 베일 논쟁은 전국적인 의제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독일 전역에서 주목 받고 있다.
독일 곳곳에선 니캅과 히잡(얼굴 외에 머리만 가린 의복), 부르카(눈 부위를 망사로 처리한 몸 전체를 가린 의복) 등 이슬람 여성 의복을 학교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착용하는 문제가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슐레스비히홀스타인주 의회에서는 대학에서 얼굴을 가리는 복장을 금지하는 법안이 올라왔지만 부결됐다. 정치권에선 중도보수인 기독민주당과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이 니캅 착용 금지를 지지하는 반면 사회민주당 등 진보 정당들은 이에 반대한다.
유럽 국가 중에선 프랑스가 2011년 베일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후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등이 이슬람 여성 의복을 규제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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