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5 총선을 2개월여 남기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라는 복병이 나타나면서 정치권에 비상이 걸렸다. 감염 예방을 위해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 만큼 선거운동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선거운동 사무소 개소식 등 사람이 운집하는 행사들이 줄지어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는데,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들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유권자와 악수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한 사람이라도 더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데도 이 같은 ‘스킨십 선거운동’이 원천 봉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으로선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수 없다. 접촉 없이도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는 모습이 눈물겹다.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위원ㆍ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악수 대신 ‘피스트 범프(주먹을 맞부딪치는 인사)’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눴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청년과의 간담회에서 손가락 하트와 환한 미소로 인사를 대신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지난달 30일 ‘총선필승 광역 기초의원 워크숍’에서 목례만으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이 밖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팔꿈치를 맞대는 방식으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목례와 함께 눈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공식석상에서의 인사를 대신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편, 유권자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총선 예비후보들 사이에서는 선거운동을 자제하자는 ‘선거운동 공동 수칙’도 나왔다. 경기 ‘남양주을’ 지역구에 출마한 각 당 예비후보들은 3일 신종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선거운동 기간 동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노인회관 등 면역 취약자가 모인 시설에 출입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또한, 인파가 몰리는 실내행사 참석을 피하고 부득이하게 실내에서 유권자를 만날 경우 악수는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타 지역의 경우에도 대면 접촉을 꺼리는 유권자가 많은 만큼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채 눈인사와 피켓 메시지만으로 존재감을 알리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왕태석 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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