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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소송 승소, 불공정 비즈니스 개선 선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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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소송 승소, 불공정 비즈니스 개선 선례 되길”

입력
2020.02.04 14:44
수정
2020.02.04 18:3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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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과징금 소송’ 승소 이끈 최승재 변호사

[저작권 한국일보]1조원대 퀄컴 소송을 승소로 이끈 최승재 변호사가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지연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1조원대 퀄컴 소송을 승소로 이끈 최승재 변호사가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지연 기자

“거액의 과징금 부과보다 이동통신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던 불공정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휴대폰 특허공룡’ 퀄컴에 대한 1조원대 과징금 부과로 촉발된 세기의 소송에서 공정거래위원회를 대리해 승소로 이끈 최승재(49) 변호사는 소송결과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퀄컴의 독주로 훼손됐던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됐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서울고법은 최근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1조원 과징금 부과 취소소송에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퀄컴은 ‘통신 언어’에 해당하는 표준필수특허(SEP)를 2만5,000여개나 보유한 이동통신업계의 특허공룡이다. 삼성과 애플, LG 등 글로벌 기업들은 휴대폰을 만들 때 퀄컴 특허를 사용한다. 최 변호사는 “휴대폰 제조사들은 오랜 기간 퀄컴의 특허권을 사용하는 대가로 적게는 수천억 원, 많게는 수조 원을 지불했다. 그러던 퀄컴이 어느 순간 칩셋 제조 경쟁업체인 인텔 등에게는 특허사용을 허가하지 않았고, 삼성과 애플 등 휴대폰 제조사에게는 자신들의 특허를 쓰지 않으면 칩셋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퀄컴이 지키기로 한 ‘프랜드(FRAND)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특허권자는 업계에서 자신의 특허가 표준으로 채택되면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FRAND)으로 기술을 제공해야 하는데, 퀄컴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퀄컴의 모뎀칩셋을 구매하지 않으면 휴대폰 제조사들이 핵심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모뎀칩셋은 발신자의 음성이나 데이터정보를 신호로 바꾸고 착신 신호를 다시 음성과 데이터로 바꾸는 모바일 집적회로다.

이런 일이 지속되자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퀄컴의 행위가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며 2016년 퀄컴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지난해 12월 불공정거래 행위를 중단하도록 조치한 공정위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사건이 접수된 지 2년 9개월 만의 판결이었다.

다만 필수기술을 사용하게 해주고 제조사가 가진 특허사용권을 대가 없이 달라고 강제하는 행위는 불공정거래로 인정하지 않았다. 최 변호사는 “침체된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이 부분까지 막아줘야 불공정 거래가 확실히 근절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번 선고가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가진 기업들의 불공정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통신 시장은 물론 이 사건을 근거로 산업 전반에 만연한 각종 불공정 거래행위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최 변호사는 최근 외국 법조인들이 참고하는 한국지적재산권법 안내서(Intellectual property law in Korea) 발간에도 참여해 퀄컴 사건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시장에서 경쟁이 없으면 누구든 지위를 남용할 수밖에 없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팔 수 있도록 경쟁시키는 것이 공정거래법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1조원대 퀄컴 소송을 승소로 이끈 최승재 변호사가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지연 기자
1조원대 퀄컴 소송을 승소로 이끈 최승재 변호사가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지연 기자

글ㆍ사진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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