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전 세계로 급속히 전파되면서 각국의 대(對)중국 봉쇄가 가속화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인 입국과 관련한 제한 조치를 시행하는 국가가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국가이민관리국 등에 따르면 3일 기준 84개 국가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발(發) 여행객에 대한 각종 제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등 25개국 이상이 중국인이나 중국 체류 이력이 있는 외국인에 대한 입국 거부를 결정했고, 한국ㆍ일본 등 5개국은 후베이성 출신 중국인이나 외국인에 한해 제한적으로 입국을 금지했다. 러시아ㆍ베트남 등 9개국은 중국인 비자 발급 제한에 나섰고, 영국ㆍ프랑스 등 나머지 국가들은 체온검사 등 검역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이 가장 발빠르게 움직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31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일 오후 5시(미 동부시간 기준)를 기해 최근 2주 사이 중국에 다녀온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잠정 금지했다. 중국 후베이성에 다녀온 자국민은 최대 잠복기인 14일간 의무 격리키로 했고, 이와 관련해 국방당국은 의무 격리자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군 시설을 제공했다. 미국 정부는 또 중국발(發) 항공편을 주요 7개 공항으로 집중시켜 탑승객들의 감염 여부 확인을 용이하게 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도 최근 14일 이내 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후베이성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호주ㆍ뉴질랜드는 중국에서 출발했거나 경유한 모든 외국인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했고, 싱가포르도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조치를 내놓았다. 그 외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등 아직까지는 신종 코로나 ‘청정지역’인 중남미 국가들도 고강도 중국 봉쇄 조치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러시아, 북한, 몽골, 베트남은 신속히 국경을 폐쇄했다.
중국을 오가는 하늘길도 계속 좁아지는 추세다. 베트남 민간항공당국은 중화권 모든 노선의 운항을 5월 1일까지 전면 중단했고, 이탈리아는 정부 차원에서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을 취소했다. 중국인에 대한 신규 비자 발급도 대부분 국가에서 중지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차이나 머니’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중국은 싱가포르 관광의 매우 큰 수입원”이라며 “우리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친중(親中)국가인 캄보디아는 중국 봉쇄에 동참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상황이다. 훈센 캄보다이 총리는 “중국행 비행로를 폐쇄하고 중국 내 우리 국민을 대피시키는 건 캄보디아의 경제를 죽이고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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