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ㆍ교역 제한 안돼” 기존 입장 고수
“해외 확산속도 느려” 현실 괴리된 인식도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급격히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와 관련, “중국 봉쇄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세계 각국이 입국 금지 등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도 여행과 교역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잇단 ‘뒷북 대응’으로 논란을 자초하고도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HO 집행이사회에 참석해 “모든 나라가 증거에 근거한 일관된 결정을 이행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여행ㆍ교역 제한을 반대한 WHO의 결정을 따르라는 의미다.
WHO는 앞서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지만 여행과 교역은 제한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2일부터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잠정 불허하는 등 60여개 나라가 입국 금지나 중국행 항공편 운항 중단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로 숨진 사람도 중국 본토만 361명에 달해 9개월 지속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사태 당시 사망자 수를 이미 넘어섰다.
WHO는 비상사태 선포 때부터 확진자가 아프리카ㆍ남미를 제외한 전 세계로 번진 뒤에야 조치를 발령해 늑장 대응 비판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WHO가 기구에 10조원의 거금을 투자한 중국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 왔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이날도 “중국의 통제가 아니었다면 중국 밖에서 훨씬 더 많은 감염 사례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현지 정부를 두둔하는 듯한 언급을 했다. “중국 외 지역에서는 바이러스 확산이 아주 적고 (속도도) 느리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말도 했다. 그는 지난달 29일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점과 대응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시 주석을 칭찬하기도 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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