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에 가족들과 생이별도

“혹시나 했는데 확진자가 나왔다니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국내에 송환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격리생활 중인 중국 우한 교민 중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인근의 한 주민은 이렇게 불안감을 호소했다.
3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경찰인재개발원에 입소한 우한 교민 가운데 1명이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교민은 당일 김포공항에 도착해 검사할 때만 해도 증상이 없어 그대로 인재개발원에 입소했다. 하지만 이튿날 새벽 1시쯤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옮겨져 검사한 결과 확진 판정이 나왔다.
방역당국은 이 확진자가 전세기나 버스, 인재개발원 등에서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켰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동 시간 내내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을 이용해 감염을 최대한 차단했고, 시설 입소 후에는 격리생활을 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확진자가 자신이 근무하는 시설에서 발생했다는 소식에 직원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종전과 다름 없이 정상 출근하고 있어 개인위생을 통한 예방지침 이외에는 직원들을 위한 별도의 감염 예방대책이 없다는 볼멘 목소리도 있다. 물론 우한 교민들의 생활 공간과 직원들의 업무 공간은 분리돼 있어 접촉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불안감을 달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내부 조경, 시설 등을 담당하는 직원의 업무공간은 교민 격리생활 공간과 100여m 남짓에 불과해 불안감은 더하다. 직원들은 이곳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로 지역사회의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구내식당을 운영하지 않다 보니 시설 밖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해 눈칫밥을 먹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선 직원 자녀 등원을 자제해 달라고 한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은 짐을 싸고 들어와 교민들의 생활기간인 잠복기(14일) 동안 가족과 생이별한 채 생활 중이다.
경찰인재개발원은 이에 따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처럼 필수 인력을 제외한 인력을 유연하게 근무토록 할 방침이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필수인력만 시설에 남기고, 나머지 직원은 경기 과천에 있는 분원 등에서 근무토록 하고 있다.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은 “생활관과 상황실 등 필수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은 공무 출장이나 연가 등을 통해 근무하거나 쉬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해당 부서에서 최소 인원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원장은 다만 “규정 상 재택근무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근 주민들도 불안감은 마찬가지다. 일부는 짐을 챙겨 먼 친적 집에서 생활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인재개발원 인근의 한 주민은 “아무 증상도 없는 사람이 신종 코로나 환자였다니 무섭기까지 하다”며 “그 근처에 가지도 않고, 지원받은 마스크를 쓰고, 세정제로 하루에 몇 번씩 손을 닦아도 불안한 마음은 가시질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도 나중에 확진자가 됐다고 하니 종잡을 수가 없다”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또 확진자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당국은 심리적 불안감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인재개발원 입구에 현장 임시집무실을 마련한 오세현 아산시장은 “입소자들은 분리된 공간에서 생활해 아산주민들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안심하고 생활해달라”고 당부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인재개발원 인근 현장집무실에서 방역 체계를 점검하고 임시 생활시설 인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양 지사는 “주민 걱정을 덜어내고 신뢰받는 도정을 위해 책임감을 가져달라”며 “경찰인재개발원 주변을 더 안전하게 관리하고 지역 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지사는 실국원장 회의에 이어 15개 시ㆍ군이 참여한 지방정부회의를 열고 신속한 대응을 거듭 주문했다.
우한 교민 700명이 격리생활을 하고 있는 경찰인재개발원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선 앞서 발생한 확진자 1명 외에 추가 의심증상자나 확진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아산=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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