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진자 가족 근무 AK플라자 휴점… 수원역도 한가해

3일 오전 11시 경기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의 대형마트 앞. 이곳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15번 확진 환자가 거주하는 곳에서 불과 40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15번 확진자는 4번 확진자와 기내 접촉자이자 중국 우한 국제패션센터 한국관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시민들은 15번 확진자가 같은 동네 주민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듯 했다. 10명 중 9명 정도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쫓기듯 발걸음을 재촉하는 듯 했다. 약국에는 약보다 마스크를 구매하는 시민이 많았다. 약국 관계자는 “주말 동안 웃돈을 주고 200여개 마스크(KF94)를 받아왔는데 2시간 여 만에 절반도 남지 않은 상태”라며 “손 세정제는 주말에 20여개를 갖다 놨는데 우리 약국에서 세정제 샀다는 소문이 나면서 30분 만에 동이 났다”고 말했다.
주부들 사이에선 ‘15번 확진자가 다세대주택에 거주한다’는 사실이 이미 퍼져 있었다. 거리에서 만난 한 주부는 “확진자가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주택 쪽에 산다는 말을 맘카페 등을 통해 알게됐다”며 “(그쪽과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어서) 마스크 쓰고 아이와 병원가려고 잠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부가 지칭한 다세대주택 지역엔 벌써 소문이 퍼졌는지 마트 쪽보다 인적이 더 없었다. 거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외지인이란 걸 의식한 듯 경계하며 저만치 떨어져 피해가기도 했다. 당초 이곳은 1층 식당 2~4층 빌라 형태 건물들로 먹거리촌이 형성돼 지역에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오전 11시40분이 넘었는데도 식당을 찾는 손님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아예 문을 닫은 음식점도 있다. 출입문엔 ‘수원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차 임시휴업 합니다. 2월3~7일(5일간) 임시휴업’이라고 적혀있었다. 이 음식점은 여름엔 냉면, 겨울에는 부대찌개 집으로 점심시간 대기해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은 집이다. 주변 상인들은 “왜 문을 닫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15번 확진자의 거주지가 맞는지 장안구보건소 방역차량 2대가 먹거리촌 주변 방역을 마치고 돌아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15번 확진자의 배우자가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AK플라자 수원점도 이날 하루 임시 휴점했다. AK플라자 측은 지난달 27일 해당 직원을 자가 격리시킨 뒤 29일 한차례 방역을 마쳤지만 2일 오후 15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자 아예 휴점에 돌입한 것이다.
이 때문에 AK플라자와 연결된 수원역 대합실은 썰렁했다. 기차를 기다리는 일부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 소식을 전하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마스크를 쓴 채 TV를 보던 한 시민은 “잠깐 인터뷰 가능하시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2층의 점포 직원은 “AK플라자에 확진자 가족이 다닌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확진자가 내 주변에 있다는 사실에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15번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인 7명(가족 및 친척)에 대한 1차 검진 결과 음성 판정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5번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 7명 전원 1차 음성 판정 통보가 왔다”며 “이분들은 2주간의 자가 격리될 예정이며 향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뵐 수 있기를 기대 한다”고 글을 올렸다.

수원시는 지역 내 유치원 휴원 결정에 이어 이날 오전부터 경로당과 사회복지시설, 실내 공공체육시설에 대해 휴관 조치를 내렸다. 9일까지이며, 상황에 따라 연장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원=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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