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먼저 들렀으나 격리 조치 없어
두번째 병원 방문뒤 격리 전 이마트 들러
신라면세점에선 구찌ㆍ루이뷔통 매장 들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2번째 환자(48ㆍ1일 확진판정)의 동선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접촉자도 138명에서 361명으로 두배 이상 훌쩍 늘었다. 12번 환자는 약 2주간 대중교통을 이용해 부천과 서울, 강릉 등 지역사회를 활보했지만 보건당국은 그가 자진신고를 하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 특히 그는 자진신고를 한 지난달 30일 보건소를 포함한 의료기관을 잇따라 찾아갔으나 곧바로 자가격리를 하지 않고 대형마트에 들른 것으로 드러나 보건당국의 선별ㆍ관리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3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2번째 환자가 지난달 19일 입국 이후 1일 확진판정을 받을 때까지 접촉한 인원은 총 361명이다. 동선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욱 늘어났기 때문이다. 20일에만 무려 세곳의 동선이 추가됐다. 지하철로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내 구찌와 루이비통 매장을 방문한 그는 택시를 이용해 남대문으로 옮겨 쇼핑했고, 오후 11시쯤에는 부천시 소재 중국 음식점(샤오추왕왕중왕)을 방문한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일주일 뒤인 27일에도 신라면세점 구찌 매장을 다시 방문해 쇼핑한 뒤 부천으로 돌아와 오후 3시쯤 부천종로약국을 찾았다. 12번째 환자의 부인인 14번째 환자(40ㆍ2일 확진판정)도 남편을 따라 면세점, 극장, 의료기관을 오갔으나 정확한 접촉자 수는 조사 중이다.
중국 국적자인 12번째 환자는 일본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가이드하던 중 일본인 확진자 2명과 접촉해 감염됐다. 보건당국은 그가 직접 증상을 신고하기 전까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국제공조의 한계라는 설명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12번 환자가 중국 국적이다보니 일본이 접촉자 통보를 중국에 했다”며 “환자의 신고를 받은 이후 일본에 사실여부를 물어 명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2번 환자가 자진신고 전에도 수차례 의료기관을 거쳤다는 점에서 보다 빠른 조치가 이뤄질 수는 없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환자는 지난 23일과 25일, 28일 지역 의원을 찾았고, 약국에도 3차례나 방문했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그가 중국방문 이력이 없는데다 신종코로나 증상인 발열과 기침대신 근육통을 호소했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환자가 자신의 감염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신고한 30일의 행적은 더욱 미스테리다. 이날 오전 12번 환자는 자신이 접촉한 일본인 확진자들로부터 감염 검사를 권유받고 부천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이후 부천 자택으로 돌아갔던 그는 오후 1시쯤 다시 순천향대학교부속 부천병원을 방문한다. 감염증 조기진단을 위해 설치된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뒤에도 다시 병원을 찾은 이유는 의문으로 남는다.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더불어 확진자로부터 경고성 연락을 받아 확실한 진료에 대한 소구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후 그는 아내(14번 환자) 이마트 부천점을 방문해 20여분간 머문 뒤에야 귀가해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12번 환자처럼 무증상 감염자를 통해 많은 접촉자가 나올 수 있다”며 “신속진단키트 등을 통해 보건기관이 빠른 판단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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