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선 레이스의 출발을 알리는 아이오와주(州) 코커스(당원대회)를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아이오와 곳곳을 누비며 막판 총력전을 펼쳤다. 본선에 맞설 상대를 기다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잠재적 경쟁자들을 싸잡아 비난하며 민주당 경선 효과를 차단하는 데 부심했다.
‘대세론’이 시험대에 오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디모인의 하이어트중학교 체육관에서 가진 유세에서 “미국을 통합할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분열된 미국을 치유할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통합’을 내세운 차분한 기조로 중도층 공략에 주력한 것이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시더래피즈에서 열린 유세에서 격정적인 목소리로 “미국 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이제 불평은 그만두고 행동해야 한다”며 지지자들의 선거 참여를 독려했다.
선두 진입을 노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밴드시장 간 3위 경쟁도 치열하다. 통상 아이오와에서 3위 안에 들어야 경선 레이스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런 의원은 인디애놀라 유세에서 자신을 “민주당을 단합시킬 최적의 후보”라고 자평했다. 샌더스 의원과 같은 진보성향의 후보이지만, 무소속인 샌더스 의원과 달리 민주당원으로서 당내 진보파와 중도파 간 통합을 이룰 수 있는 후보라는 점으로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그간 아이오와 곳곳을 누비며 공을 들여온 부티지지 전 시장은 디모인에서 “승리의 날까지 딱 하루 남았다”며 이변을 자신했다.
이들 상위권 4인방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변수 중 하나는 ‘15% 경선룰’이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선 후보자들이 당원들의 1차 선택에서 15%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2차 라운드에서 아예 배제된다. 이에 따라 15% 미만 득표자를 선택한 당원들의 표는 다른 후보에게 가게 된다. 2차 라운드에서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과 앤드류 양 등 군소후보를 지지한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상위권 판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경선의 또 다른 변수로 꼽히는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아이오와 코커스에 참여하지 않지만, 이날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 경기의 중간광고에 등장해 다음달 3일 ‘슈퍼 화요일’ 등판을 대비했다. 중간광고 비용은 60초에 1,100만달러(약 132억원)로 초당 2억원이 훌쩍 넘는 막대한 금액이다. ‘물량 공세’를 예고했던 블룸버그 전 시장은 지난해 4분기에만 선거비용으로 1억8,840만달러(약 2,254억원)를 사용했다. 이날 슈퍼볼 경기 중간광고 시간엔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비용으로 30초짜리 광고 2개를 내보냈다. 억만장자 후보들 간 ‘쩐의 전쟁’도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후보들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제도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겨냥해 “헌터는 어디 있느냐”고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이 해외에서 비리에 연루됐다는 주장을 거듭 제기한 것이다. 그는 이어 샌더스 의원에 대해 사회주의자라던 그간의 색깔론보다 수위를 더 높여 아예 “공산주의가 떠오른다”고 몰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룸버그 전 시장을 향해서도 “‘가짜 뉴스’와 협력해 나를 공격하는 광고에만 돈을 낭비한다”고 힐난했다.
디모인(아이오와주)=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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