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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 못 나가” 신종 코로나에 ‘방콕’하는 셀프 격리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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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 못 나가” 신종 코로나에 ‘방콕’하는 셀프 격리족들

입력
2020.02.03 18:30
수정
2020.02.03 19:4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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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방문한 다중시설 광범위 “피해야할 곳 너무 많아 방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8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게 확인돼 지난달 31일 임시 휴업한 이마트 전북 군산점의 계산대가 텅 비어 있다. 군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8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게 확인돼 지난달 31일 임시 휴업한 이마트 전북 군산점의 계산대가 텅 비어 있다. 군산=연합뉴스

육아휴직 중인 이승현(29)씨는 지난 주말 이틀간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설 연휴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그들이 거쳐간 지역과 다중이용시설이 급증한 탓이다.

이씨는 간간이 세 살배기 아이를 데리고 서울 강동구 자택과 강남구 친정을 오갔지만 이번 주부터는 친정 방문도 중단하기로 했다. 강남구의 직장에 다니는 남편은 출퇴근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이씨는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 고양시와 수원시까지 피해야 할 곳들이 너무 많아졌다”며 “그나마 집이 가장 안전할 것 같아 당분간 집 안에만 머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가 국내에서 확산하며 확진자와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집 안에 스스로를 격리하는 ‘셀프 격리족’까지 생기고 있다. 감염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다.

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형 영화관이 신종 코로나의 여파로 한산하다. 뉴스1
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형 영화관이 신종 코로나의 여파로 한산하다. 뉴스1

셀프 격리족은 식사는 물론 아이 교육과 운동 등 모든 것을 집에서 해결한다. 아이 두 명을 키우는 최모(29)씨는 “방마다 설치한 공기청정기를 밤낮없이 가동한다”며 “수시로 소독제까지 뿌리며 혹시 모를 감염 위험에 대비 중”이라고 했다.

배달 음식에 대한 걱정도 커 온라인 쇼핑으로 식재료를 구매해서 직접 요리를 하는 이들도 급격히 늘었다. 이날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전날까지 마트(생필품) 카테고리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배 뛰었다. 집에서 간단히 데워 먹는 가정간편식 판매량은 무려 1,692% 늘었고, 식재료와 양념이 한꺼번에 포함된 밀키트 매출도 1,496%나 증가했다.

상반기 공채 등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방콕’(방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뜻)을 택한 취업준비생도 많다. 서울의 한 대학 4학년생인 정우진(29)씨는 “오는 23일 공인회계사 시험이 있는데 보통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지만 신종 코로나가 퍼진 뒤에는 집에서만 공부한다”며 “시험 준비 3년 째라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 컨디션 조절이 관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회원이 많은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집에만 있는 중인데 토익시험도 취소해야 할까 고민이 많다’ ‘공무원 시험 학원에도 학생이 하나 둘씩 안 보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잇따른다.

3일 오전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 거리가 텅 비어 있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제주를 여행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출신 관광객 A씨는 마지막 날 이 곳을 산책했고, 중국에 돌아간 다음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제주=뉴스1
3일 오전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 거리가 텅 비어 있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제주를 여행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출신 관광객 A씨는 마지막 날 이 곳을 산책했고, 중국에 돌아간 다음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제주=뉴스1

휴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가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항공권을 취소하고 집에서 한숨을 쏟아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김민선(26)씨는 “모처럼 오는 14일부터 2박 3일 간 가족과 제주 여행을 가려고 항공권과 숙박까지 다 결제해놨다가 3일 전 수수료를 물고 취소했다”며 “아쉬운 마음에 강원 강릉으로 대체할까 생각했지만 이곳 역시 확진자가 들렀다고 해 결국 포기하고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

평일 출퇴근 대중교통이 불가피한 직장인들 사이에선 ‘카풀’이 다시 유행할 조짐도 보인다. 직장인 이연주(30)씨는 “15분 거리에 사는 동료가 차가 없는데 사태 진정 때까지 카풀을 부탁해 태워주기로 했다”며 “마스크를 쓰고 서로 조심하면 되는 카풀이 혼잡한 버스나 지하철보다는 아무래도 감염가능성이 낮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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