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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이탈리아 중세미술, 함께 보실까요” 미술작가로 변신한 가수 김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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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이탈리아 중세미술, 함께 보실까요” 미술작가로 변신한 가수 김현성

입력
2020.02.04 08:00
수정
2020.02.04 19: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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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본사에서 만난 가수 겸 작가 김현성은 "중세미술을 대표하는 이탈리아 화가 조토 디본도네의 작품을 보고 느낀 감동과 전율을 나누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본사에서 만난 가수 겸 작가 김현성은 "중세미술을 대표하는 이탈리아 화가 조토 디본도네의 작품을 보고 느낀 감동과 전율을 나누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좋아하는 걸 책으로까지 냈으니 ‘성덕(성공한 덕후)’이라 할 수 있죠.”

히트곡 ‘소원’(1998) ‘헤븐’(2002)으로 유명한 김현성(42). 이젠 ‘책도 쓰는 가수’가 아니라 ‘노래도 하는 작가’라 부르는 게 좋겠다. 5년 전 처음 펴냈던 에세이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가 작가 선언을 하며 던진 출사표였다면, 그가 최근 발표한 두 번째 책은 프로 작가로서 만들어낸 첫 번째 결과물이다.

‘이탈리아 아트 트립’이라는 이 책은 미술 감상을 담은 가벼운 에세이가 아니다. 미술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책인데다, 그 대상도 미술학도들에게도 낯선 중세 미술이다.

‘트립’이라는 글자만 보고 ‘팔자 좋은 연예인의 여행 서적’이라고 짐작했다면 큰 오산이다. 심각하게 인상 쓰고 봐야 할 학술 서적처럼 진지한 건 아니지만, 웬만한 미술 서적 못지않은 전문성을 지니고 있어서다. 지난달 29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난 김현성은 “관련 책은 물론, 관련된 논문도 40,50편을 보면서 여러 차례 교차 확인을 해서 오류를 최소화하려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성이 중세 미술에 빠져든 건 10년도 지난 일이다. 2005년 6집 발표 후 20대 후반에 병역 의무를 마친 그는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에 입학해 예술전문사(석사) 과정을 밟았다. 가수가 아니라 소설가로 살고 싶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 같은 고전을 읽으며 ‘이렇게 좋은 거라면 평생 이것만 즐기면서 살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책이 주는 즐거움이 너무도 강렬해서 글을 쓰는 일이라면 어떤 거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소설가가 되기 위한 자양분을 위해 예술사와 철학사도 공부했는데 그때 우연찮게 빠져든 게 중세 미술이었다. 중세 미술은 성서 속 신과 인물들이 주인공인 종교화가 대부분이다. 그 때문에 서양미술을 좋아한다는 사람들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분야다.

그런데 미술사 책을 읽다 이탈리아 화가 조토 디본도네의 ‘옥좌 위의 성모 마리아’ 그림과 마주친 순간, 그는 “운명의 짝을 알아본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왜 하필 조토냐는 질문에는 구체적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표정에 품은 채 “그냥, 좋았다”고 답했다.

“조토는 고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을 때 패러다임을 바꿔버린 인물입니다. 르네상스 시대 이전에 3차원적 공간을 표현하고 종교화에 인간의 표정과 감정,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 공간을 담아낸 화가죠. 독창적이고 혁신적이었던 그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연결하는 핵심적인 열쇠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우피치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토 디본도네의 '옥좌 위의 성모 마리아(일명 마에스타)'. 1310년쯤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가수 겸 작가 김현성은 "인물의 배치를 통해 평며의 그림 위에 공간감과 중력을 부여한다"며 "중세 회화에 현실 세계의 공간과 인간으로서의 성모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서양 회화의 상징적인 출발점으로 매번 인용된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우피치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토 디본도네의 '옥좌 위의 성모 마리아(일명 마에스타)'. 1310년쯤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가수 겸 작가 김현성은 "인물의 배치를 통해 평며의 그림 위에 공간감과 중력을 부여한다"며 "중세 회화에 현실 세계의 공간과 인간으로서의 성모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서양 회화의 상징적인 출발점으로 매번 인용된다"고 설명했다.

소설을 쓰며 지칠 때마다 조토의 그림을 꺼내봤다. 그러다 2015년, 직접 작품을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책에 쓰인 것처럼 이탈리아 아시시, 피렌체, 파도바 등을 지나는 두 달간의 여정이었다. 두 눈으로 확인한 뒤 느낌 감동은 전율에 가까웠다. 이후 ‘조토의 작품을 알리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점점 커져갔다. 돌아와 조토에 관한 칼럼을 쓰기도 했고 중세미술을 주제로 한 여행상품을 기획해 여행사에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책도 그의 칼럼을 본 출판사 측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탈리아 아트 트립’은 아시시, 피렌체, 파도바 세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중세미술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작품 설명은 물론 역사ㆍ문화적 배경까지 상세히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조토와 중세미술에 대한 10년에 걸친 작가의 사랑이, “뭔가를 좋아하게 되면 깊이 파고든”다는 작가의 성격이 문장 곳곳에 드러난다. “전문 서적처럼 딱딱하게 느껴질까 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가이드나 도슨트 같은 느낌의 책을 쓰려 했다”는 그의 말처럼, 책을 읽고 있으면 누군가 작품 옆에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2016년 신곡을 내놓고 가수 활동을 재개한 그는 “상반기 해야 할 일정을 엑셀 파일로 정리”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음악에 대한 애정도 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루마니아에서 열린 재즈페스티벌에 참여해 공연하기도 했고, ‘김현성다운 발라드’를 내놓을 계획도 있다.

지난달 '이탈리아 아트 트립'을 출간한 가수 겸 작가 김현성은 한때 소설에 푹 빠져 음악을 그만두고 글쓰며 살겠다는 생각도 했단다. 대학에서 불문과를 전공하고 대학원 석사 과정으로 서사창작을 공부한 그는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도 언젠가 책으로 쓰고 싶은 여러 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지난달 '이탈리아 아트 트립'을 출간한 가수 겸 작가 김현성은 한때 소설에 푹 빠져 음악을 그만두고 글쓰며 살겠다는 생각도 했단다. 대학에서 불문과를 전공하고 대학원 석사 과정으로 서사창작을 공부한 그는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도 언젠가 책으로 쓰고 싶은 여러 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신춘문예 등단을 위해 십수 편의 소설을 썼다니 언젠가 소설을 낼지도 모르겠다. 우선은 세 번째 책을 내는 게 목표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번 책을 쓰게 됐어요.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고 말하려는 에너지가 저를 움직인 거죠. 뭔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 자체의 힘이 정말 강한 것 같아요. 세 번째 책도 그런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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