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공부한 고려대 문과생들이 이틀간 뚝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들이 대형마트와 식당, 영화관 등을 다닌 게 확인되며 감염병 확산 우려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내 주변에 그들이 다녀간 곳’이 있는 지가 최대 관심사이지만 정부가 공개한 자료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못한 고려대 학생들이 나섰다. 이들이 개발한 ‘코로나 바이러스 알리미(https://corona-nearby.com/)’에는 정보에 목 마른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만난 디자인조형학부 재학생 최주원(24)씨는 “뉴스로만 보면 내가 사는 곳에 확진자가 다녀 갔는지 알기 어렵다”며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 친구 세 명과 코로나 바이러스 알리미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알리미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이 아니고 웹사이트다. 지난 2일 처음 공개했는데 순식간에 동시접속자가 4,000명에 육박할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 알리미는 위치 기반 서비스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그 동안 보건당국은 확진자가 움직인 장소와 거쳐 간 상점 등의 상호만 공개했다. 불안한 사람들이 직접 해당 상점의 이름을 검색해 일일이 위치를 파악해야 했다. 지금까지 등장한 각종 알림 서비스도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 보여주는데 그쳤다.
반면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 GPS를 통해 현재 있는 곳을 중심으로 확진자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인근에서 진료 가능한 의료시설을 보여주고 길찾기 기능으로 목적지 인근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최씨를 비롯한 개발자들은 모두 공학도가 아닌 고려대 문과생이다.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프로그램 제작과 코딩을 알려주는 대학 연합동아리 ‘멋쟁이사자처럼’에서 만난 사이다.
미디어학부 김준태(24)씨는 “미래 진로나 호기심 때문에 코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문과생임에도 배우고 있다”며 “코딩을 공부한 지 1년 정도 됐다”고 말했다. 이들 네 명 중 세 명은 현재 창업을 꿈꾸며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방학인데도 이틀 밤을 새우며 코로나 알리미를 개발했다. 기본데이터는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확진자 이동경로와 카카오맵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활용했다.
공익적 차원에서 개발한 만큼 광고나 수익 모델은 완전히 배제했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해 음성인식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바 있다.
심리학과에 재학 중인 박지환(25)씨는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쓸 줄 몰라 믿기지 않다가 이제는 책임감이 생겨서 계속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며 “주변에서 고맙다는 말도 해주고, 번역이나 서버비용 등 도움을 주겠다는 선배들도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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